인터넷을 쓰지 않는 것보다 하루 30분에서 90분 정도 이용하는 것이 유·청소년의 인지 및 행동발달에 긍정적인 도움을 준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하루 두 시간 이상 인터넷을 사용하게 되면 쓰지 않는 것보다 오히려 유·청소년 발달에 필요한 각종 기능이 저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모와 함께 인터넷을 이용하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오락형 서비스보다는 정보 및 커뮤니티형 서비스를 이용할 때 아이들이 인지·행동 발달이 더 나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가 방송통신위원회·한국인터넷진흥원과 공동으로 지난 10개월 동안 진행한 ‘인터넷으로 인한 유·청소년 행동변화 관련 실험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 30분 인터넷을 이용하는 아이들이 △실행 △시각-운동 협응 △시각적 조직화 △시각적 탐색 △자료 활용의 5가지 능력에서 가장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0∼90분 이용하는 아이들도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 것보다 능력이 우수했다. 하지만 두 시간 이상 인터넷을 쓰게 되면 오히려 쓰지 않는 것보다 각종 능력이 떨어지는 사례들도 나타났다.
그동안 유·청소년의 인터넷 사용 형태나 역기능 연구가 있었지만 인터넷이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어떤 행동적, 인지적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을 바탕으로 연관성을 밝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연구는 국내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248명을 대상으로, 가톨릭대발달심리연구실의 도움을 얻어 플랭커 과제와 이중차원카드 분류과제, 레이븐 매트릭스 등 8가지 측정도구를 이용해 진행했다.
특히 부모의 인터넷 이용습관이 매우 중요하다는 결과도 나왔다. 부모의 인터넷 이용 유형을 지식검색·뉴스 읽기를 포함한 정보형, 게임·음악 등 엔터테인먼트형, e메일·메신저 등 커뮤니케이션형으로 나눠 아동의 인지 능력을 비교한 결과 부모가 정보 검색과 커뮤니케이션을 함께하면 아이의 인지 능력이 더 나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코리안클릭과 공동으로 유·청소년 187명의 3개월간 실제 인터넷 사용로그를 파악한 결과 이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인터넷 사이트 유형은 정보 관련 사이트로 나타났다. 전체 클릭 수의 약 35%를 차지해 게임과 채팅, 오락에 푹 빠져 지낼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대체로 건전한 인터넷 이용이 이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부모의 소득과 학력수준이 낮은 맞벌이 가정의 아이일수록 인터넷 이용시간이 3∼4시간 혹은 그 이상 몰입해 사회적 취약계층의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에 참여한 배영 숭실대학교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이 연구는 그동안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렀던 아이들의 인터넷 이용과 발달의 연관성을 실제 실험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연구 결론은 가정에서 부모가 인터넷을 잘 이해하면서 아이들이 적절한 시간 제어와 다양한 유형의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