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기차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지자체)들의 기업유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15일 울산과 대구, 전남, 전북 등 주요 지차체는 향후 친환경 자동차 시대의 핵심동력인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본격적인 유치전에 돌입했다. 전기차 부품 및 완성차 업체들은 가장 유리한 조건을 선택해 해당 지자체에 공장과 연구소, 본사 건물까지 이전할 수 있는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전국 지자체 중에서 전기차 기업 유치에 가장 적극적인 지역은 호남권이다. 광주와 전남, 전북은 지경부 광역경제권 선도산업에 따라 지역내 전기자동차(EV) 클러스터 건설을 위해 2011년까지 약 4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전남, 전북지역은 공단 땅값이 저렴해 전기차 업체들이 입주할 경우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장점이 있다. 이미 전기차 충전기업체 시그넷시스템(대표 황호철)이 경기도 일산에서 전북 익산으로 본사를 통째로 이전키로 결정했고 CT&T(대표 이영기)도 전남 영광에 중저속형 전기차(NEV) 조립공장의 설립을 추진하는 등 왠만한 전기차 관련업체들은 호남권 지자체들의 러브콜을 잇따라 받고 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울산도 전기차 부품업체 유치에 본격 나섰다. 이달초 울산지역의 자동차 부품사들이 모여서 출범시킨 그린 전기자동차 포럼은 약 20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울산을 세계적 전기차 핵심기지로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포럼공동의장을 양웅철 현대차 사장이 맡아서 관심을 끌었다. 울산시 관계자들은 지역내 자동차 생산기반이 워낙 탄탄해서 유망 전기차 부품업체가 이전할 경우 유리한 혜택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시는 경기도 하남시에 본사를 둔 레오모터스의 전기버스 제조 공장을 성서 5차산업단지 16만㎡부지에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계명대의 지능형 차량 연구시설 인근에 전기버스 부품기업을 유치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맞서 경기도 하남시는 레오모터스 본사 주변의 부지 6만6000㎡를 파격적 조건으로 제공해 모터, 미션과 같은 핵심부품 공장을 설립키로 약속을 받았다.
전기차 산업을 둘러싼 지자체들의 유치경쟁은 크게 울산권과 호남권으로 판도가 나뉜다. 호남권은 저렴한 땅값과 지자체들의 파격적 세제지원이 장점이고 울산권은 기존 완성차업계와 시너지에서 훨씬 유리하다. 호남 경제권 선도사업지원단의 주성민 박사는 “전기차는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치 않아 지자체 마다 차별화된 차종 생산이 가능하다. 울산은 전기 승용차, 호남은 전기버스, 전기 농기계 등으로 특화된 전기차 클러스터를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