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인사] 삼성전자 조직개편 단행

 삼성전자가 1년 동안 고수했던 ‘이윤우-최지성 투톱 체제’에서 최지성 단독 체제로 가닥을 잡으면서 후속 조직 개편과 인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투톱 체제에서 삼성은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로 사실상 부문 독립 경영을 고수했다. 이 때문에 인사·구매·기획 등 지원 파트를 따로 분리해 운영해 왔다. 당장 최 사장 단독 체제로 가면서 지원 부문이 하나로 합쳐질 가능성이 커졌다. 사업부제에 더욱 힘이 실리면서 사업부장 지위가 부사장 이상으로 격상되고 사업 시너지를 위해 일부 사업부는 통폐합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먼저 지원 조직의 대폭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당장 지난 1월 정기 인사에서 해체된 경영지원총괄과 유사한 역할을 맡을 ‘경영지원실’을 다시 신설했다. 15일 이뤄진 그룹 인사에서 윤주화 감사팀장(사장)을 경영지원실장으로 내정했다.

 경영지원실장에 사장급이 임명되면서 지원실 규모와 역할도 커질 전망이다. 경영지원실은 투톱 체제 해체 이후 그 동안 각 사업부별로 나눠져 있던 스텝 부서를 통합 관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삼성은 불과 11개월 전 경영지원총괄을 해체하면서 지원인력 대부분을 공장 등 현장으로 내려 보냈다.

 사업부 조정과 통폐합을 골자로 일부 사업부는 합쳐질 예정이다. 컴퓨터와 디지털프린팅 사업부 통합이 이미 수면 위에 올라 온 상황이다. 두 사업부는 이번 조직 개편에서 하나로 합쳐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반도체사업부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조수인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권오현 사장과 역할 분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권 사장이 반도체 사업부를 총괄하면서 메모리·시스템LSI·스토리지가 사업부에서 ‘담당’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조직 개편과 맞물린 인사도 최대 관심사다. 삼성은 15일 디지털카메라 사업을 담당할 이미징사업부를 신설하고 박상진 대표이사 사장을 사업부장에 임명한다고 밝혔다. 공석 자리를 놓고 하마평도 이어지고 있다. 최진균 부사장 자진 사퇴로 최지성 사장이 임시로 겸임하는 생활가전 사업부장도 새로운 수장이 인선될 예정이다. 이전 세트(DMC) 구매팀장을 포함해 복수의 인물이 거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컴퓨터와 디지털 프린팅이 단일 사업부로 합쳐지면서 남상우 컴퓨터사업부 전무가 승진하면서 이를 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밖에 국내 영업을 담당하는 한국총괄은 임원급 상당수가 교체되거나 자리 이동을 하는 등 큰 폭의 인사가 있을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기존 부품(DS)과 완제품(DMC)으로 분리됐던 투톱 체제가 해체되면서 각 사업부에 자율권을 대거 주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며 “지금보다 사업부장 역할과 권한이 커지고 사업부별 독립 경영에 무게가 실리는 체제가 유력하다”이고 말했다. 이어 부문별 경영시스템에서 각 사업부별 시스템으로 전환하면서 사업부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16일 사업부별 독립경영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후속 임원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

 임원 인사 폭은 올해 초보다 대폭 확대될 예정이다. 올해 부품과 세트 전 사업부에 걸쳐 좋은 실적을 거둬 실적을 반영한 보상으로 100여명 이상이 승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체제 구축과 함께 다시 뛰는 조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큰 폭의 승진이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조직개편 직후인 17·18일 이틀간 최고경영자, 해외법인장 및 전체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내년 경영전략을 확정하는 ‘2010 삼성전자 전략회의’를 열고 속도경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강병준·김원석·양종석 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