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조직 개편과 맞물려 주목할 대목이 삼성전자와 삼성디지털이미징의 관계다. 인사 발표에 앞서 열린 이사회에서 삼성전자는 디지털카메라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삼성디지털이미징을 흡수 합병한다고 최종 의결했다. 때맞춰 삼성은 삼성디지털이미징을 이끌었던 박상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광학 사업을 키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 주었다. 삼성 측은 이미 내년에 전자 내에 이미징사업부를 신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병은 이원화된 디지털카메라 생산·판매 기능을 삼성전자로 합쳐 사업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합병 기일은 내년 4월 1일로 두 회사는 이에 앞서 내년 2월 23일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 승인을 받는다. 삼성전자 측은 “삼성디지털이미징과 협력 강화를 위해 합병을 선택했다”며 “디지털카메라가 TV·PC·휴대전화·프린터 등 주력 제품과 연계되면 새로운 제품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합병을 통해 삼성 디지털카메라 사업은 전자가 직접 생산체제를 갖추면서 글로벌 경쟁체제가 가능하게 됐다는 평가다. 삼성은 삼성정밀공업(현 삼성테크윈) 시절인 지난 97년 처음으로 디지털카메라를 출시한 이래 삼성테크윈이 관련 사업을 도맡아 왔다. 삼성테크윈은 이어 사업 효율성 제고를 위해 지난 2월 디지털카메라 사업을 삼성디지털이미징으로 분사했다. 합병 결정으로 기존 기술과 제품 라인업 기반에 삼성전자 브랜드를 달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삼성전자라는 이름만으로는 넘기 힘든 벽이 존재했다. 합병 이후 글로벌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LCD TV·휴대폰 시장에서 보여줬던 기술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세계 콤팩트카메라 시장은 캐논과 소니가 각각 28%, 17%로 1·2위를 차지했으며 3위 삼성은 10% 남짓에 불과했다.
그나마 급성장 중인 렌즈 교환식(DSLR)과 하이브리드 제품군에서 삼성 실적은 사실상 전무했다. 게다가 디지털카메라 시장이 전자기술뿐만 아니라 렌즈 등 광학기술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에서 힘겨운 싸움도 예고됐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기술, 인적 자원, 풍부한 자금력이 더해지면 사업 전반에 활기가 띌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선발 업체들의 광학 기술을 얼마나 조기에 따라 잡느냐가 삼성 디지털카메라 사업 향방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카메라는 한 마디로 이번 조직 개편에서 글로벌 무대에 우뚝 서기 위한 기반을 잡은 것이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