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애플 아이폰을 사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현상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정보화 정책을 생각해볼 기회를 가졌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IT 강국이라고 자타가 인정해 왔다. 그 근거는 초고속인터넷 보급률과 이를 지원하는 기반 구조의 조기 확충에 있었다. 특히 1000만명 인터넷 교육으로 얻어진 저변 인력, 인적 기반 구조에 기인한다고 봐야 한다. 이들이 초고속망 소비자가 됐고, 비싸고 불안했던 ADSL을 사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런 소비자에게 2년 전에 나온, 3500만명이나 즐겨 쓰고 있는 단말기를 이제야 손에 쥘 수 있게 하다니.
이러한 현상은 아이폰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텔레비전 방송의 전면 디지털화가 초기부터 소수의 이익을 위해 지연됐고, IPTV도 비슷한 이유로 4년 이상을 끌다가 서비스됐다. 블랙베리 서비스는 근 6년이나 지나서 도입됐다. 데이터 통신 요금체계는 큰 문제다. 데이터 통신 자체를 활성화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은 데이터 통신을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다.
블랙베리 같은 무선통신을 이용한 전자우편을 통제한다면 기업 경쟁력이 약화된다. 나는 미국회사 이사를 지난 7년간 해왔는데 그 경영자들은 항상 블랙베리를 가지고 다녀 수초 내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영자들은 유선 전자우편을 주로 사용하고 하루에 한 번쯤 이를 열어보니 의사 결정에 하루 이상이 걸리게 된다. 이 때문에 나타나는 경영상의 손실을 국가 차원으로 환산하면 엄청날 것이다.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단말기는 대개 이런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무선 데이터 통신의 요금 체계가 이를 사실상 막고 있는 것이다.
앱스토어에는 지금 10만개가 넘는 소프트웨어가 깔려 있다. 이러한 정보기기는 그간 우리가 강조하던 미래 정보단말기기의 형태라 할 수 있다. 특별한 자원을 투입하지 않고도 많은 사람을 통해 제품을 조합하거나 개선함으로써 더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를 상품화함으로써 가치를 부여하고 또 정보를 재가공함으로써 그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다. 앱스토어 제품은 많은 소비자의 가세로 이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이 IT강국인 우리나라에서 먼저 일어나야 할 텐데 다른 나라에서 먼저 일어났다는 것이 부끄럽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정보화 발전과정에 따른 소비자 의식변화를 정부가 2년 이상이나 막아 왔다는 데 있다.
스티브 잡스는 세계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어 비싸고 사용하기 힘들었던 컴퓨터를 대중화한 인물이다. 윈도와 아이콘을 만들어 컴퓨터 운용을 편하게 한 것도 잡스였고 아이팟으로 MP3 기능을 단순화함으로써 대중의 접근을 쉽게 만든 것도 그다. 아이폰으로 무선단말기의 컴퓨터 기능을 대중에게 개방해 사용자가 무선단말기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동참하게 만든 것도 잡스다.
제품 개발에 뒤졌다면, 차라리 그 제품 도입을 서둘러 확산함으로써 온 국민이 동참해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당치 않은 이유를 들어 시장진입을 막는 것은 당장 눈앞의 소수 이익만을 생각하는 방식이다. 장기적으로는 영원한 종속을 불러와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세계 최고의 정보화 인프라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정보를 확대 생산하는 기능을 막는 일은 앞으로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
양승택 부산과학문화진흥회 이사장/yangst09@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