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대통령의 길, 지사의 길

[데스크라인] 대통령의 길, 지사의 길

 방은주 경인주재팀장/ejbang@etnews.co.kr

김문수 경기지사 고민이 깊다. 대통령이냐, 지사냐 하는 갈림길에 서있다고 한다. 이 말대로라면 하나의 길은 4800만명을 섬기는 길이고, 다른 한 길은 1130만여명을 위하는 길이다. 어느 길을 택하는지에 따라 정국 요동도 피할 수 없다. 이미 그와 같이 잠룡으로 분류되는 오세훈 서울 시장은 오래전에 서울 시장 재도전을 선언했다. 송도 신도시를 일군 안상수 인천시장도 마찬가지다. 수도권 수장 중 김 지사만 아직 재출마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최근 대권에 대해 그가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지난달 말 연세대에서 열린 리더십특강에서다. 당시 한 학생이 “대권에 도전하느냐”고 묻자 김지사는 “내가 결정 해야겠지만 국민의 결정도 중요하다”면서 “국민의 마음과 희망을 알 수 있는 지표가 여론조사일지, 아니면 나의 통찰력일지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기도민에 대한 여론조사만 놓고 본다면 그는 2위와 큰 차이를 보이며 1위를 기록 중이다. 비록 한나라당 내에서 일부 인사가 경기지사에 강한 뜻을 보이며, 민주당에서도 몇몇 의원이 경기 지사에 호감을 표시하고 있지만 현직 프리미엄이 있는 김 지사가 단연 우세한 형국이다. 남보다 몇 발 앞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경기지사 재출마에 대해 장고 중이다.

 일각에선 “그의 결심이 임박했다”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굳이 빨리 결정할 필요가 없다”며 설만 분분하다. 고민은 이해가 된다. ‘큰 꿈’을 꾸고 있기에 지사 재당선을 마냥 달가워할 일만은 아닐 것이다. 정치 속성상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 장악과 지원이 필수다. 그런데 지사에 당선되면 다시 몇 년을 더 당 외곽에서 보내야 한다. 그점도 고민이 될 것이다.

 경기도는 ‘리틀 코리아’다. 강, 산, 물 등 모든 자연이 있으며 넗은 땅에 인구가 1134만명으로 국가 전체의 22.6%나 된다.

 기업과 산업도 마찬가지다. 작년 12월 말 현재 등록 공장 수가 4만6877개며, 9월 현재 벤처기업 수도 5607개로 전국 1위다. 5인 이상 300인 이하 제조업체 수 역시 3만8000여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국내 반도체 인력의 53.9%가 몰려 있으며 대학졸업자 38%, 연구개발(R&D) 인력 33%가 거주한다. 그래서 그는 “경기도가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이야기한다. ‘삼성전자 본사와 현대자동차 연구소가 있는 곳’, 그런 경기도가 대한민국을 미래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김 지사의 과학기술 마인드는 매우 높은 편이다. 지자체 처음으로 지역에 맞는 R&D 기관을 설립했는가 하면 주기적으로 도내 과학 관련 기관장들과 만나 이야기를 이어오고 있다. 몇 달 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과학 도지사로 불러달라”며 과학에 대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는 어느 순간 대통령의 길이든 도지사의 길이든 한 길을 택할 것이다. 그리고 이 선택은 그의 인생 중 가장 중요한 선택이 될 것이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라도 과학과 첨단산업에 대한 애정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인천=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