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드는 사람들] 정지훈 우리들생명과학기술연구소장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 정지훈 우리들생명과학기술연구소장

 블로그와 트위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하이컨셉’이라는 닉네임이 낯설지 않을 것 같다. 그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세상에 풀어내는 IT 트렌드와 의학 지식, 융합과 미래 전망은 그 양뿐만 아니라 깊이에서도 남다르다. 1년이 조금 넘은 그의 블로그(http://health20.kr)를 다녀간 사람은 280만명. 요즘에도 하루 평균 2000여명이 꾸준히 방문한다. 그는 또 오전 8시면 어김없이 2300명의 팔로워를 위해 밤새 들어온 따끈따끈한 IT 뉴스에 나름의 분석을 달아 그의 계정(@hiconcep)을 통해 전파한다. 도대체 뭐하는 사람일까?

 실명 정지훈(40). 김포공항국제청사에 있는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우리들생명과학기술연구소장/의공학박사’라는 직함의 명함을 내놓았다.

 “회사에서 업무 중 블로깅하는 걸 이해해주나보죠?” 기자의 삐딱한 첫 질문에 그는 “점심 시간과 저녁 일과 후 미리 작성해 둔 걸 열독률이 높은 시간대(오전 9시∼11시)에 휴대폰을 통해 발행한다”고 대답했다. 글쎄, 그 시간에 그 많은 양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의 글쓰기는 아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 컴퓨터가 좋아 J2E(자바 언어 일종)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독학하고 컴퓨터 잡지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위한 글쓰기를 시작한 것까지 포함한다면 벌써 20년이 넘었다. 급하게 마감을 맞추느라 하루에 A4지 30매의 원고를 써봤다고도 했다. 성형문자와도 같은 프로그래밍 코드를 옮기고 한국말로 설명을 달고…. 독자의 눈높이에 맞추는 훈련도 그 때 이미 경험했다. 그가 자신의 블로그뿐만 아니라 각종 매체에 외부 필진이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것도 낯설지 않은 일이다.

 “의공학을 전공한 의사가 연구는 안하고 왜 IT 얘기를 쓰는 건가요?” 그가 풀어놓은 그의 경력을 들어보니 이 질문은 우문이었다. 의대에 가고도 IT에 대한 관심을 놓을 수가 없어 전국 보건소 전산 시스템 기획 사업, 전염병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사업, 의료 포털 의료샘 개발 등 의료와 IT가 만나는 접점에서 늘 일을 벌여왔다. 잠깐 미들웨어 개발 회사에 몸 담은 적도 있지만, ‘IT를 좋아하고 잘 활용할 줄 아는 의사’라는 그만의 특이한 경력을 바탕으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실천하는 또 다른 방법을 발견했다고 한다.

 “의사도 IT를 알아야합니다. 의학도 결국은 환자와의 소통이고, 21세기는 IT가 그 소통을 만들어내는 효과적인 툴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런 주장이 회사에도 받아들여져 그는 각종 연구 프로젝트에 IT를 접목한다. 블로그의 경험을 살려 연구원들과 함께 온라인 의학저널을 만들고, 임상 연구 관리에도 최신 IT를 연계해본다. 해외 석학이나 의사들과도 트위터로 대화하면서 새 연구과제를 발굴하고 공동 연구도 추진한다. 정부의 ‘지식서비스제품융합포럼’ ‘디지털 병원 수출 프로젝트’ 등의 자문역도 맡았다.

 그는 요즘 ‘서비스 과학’이라는 개념을 실천할 방안을 찾고 있다. “의료 활동이 진단과 처방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개인 주치의처럼 환자와 일상을 함께 논하면서 사전에 질병을 예방하는 새로운 의료 영역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IT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미래를 예측하고, 또 공유하는 말그대로 ‘융합’을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