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지난 2년간에 걸친 혹독한 치킨게임에서 경쟁사들을 확실히 제압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수출액 측면에서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품목의 자리를 되찾았다.
지난 10월의 경우 두 품목 모두 수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5% 이상 증가하며 무역수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반도체의 경우 세계 1위 D램 업체인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업계에서 가장 먼저 흑자 전환하는 데 성공하며 위세를 과시했고, 세계 2위 하이닉스도 3분기 흑자로 돌아섰다. 반면에 해외 경쟁사들은 속절 없이 무너졌다. 독일 키몬다는 업계에서 가장 먼저 파산했다. 치킨게임을 촉발한 대만 기업들도 무리한 증산 경쟁에 부메랑을 맞아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일본 최대 메모리 업체인 엘피다도 정부의 지원으로 연명하긴 했지만 체력이 크게 떨어졌다.
이 같은 차이는 시장 점유율에서도 확인된다. 3분기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35.5%, 하이닉스는 21.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두 회사의 점유율은 57.2%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반도체 산업은 내년이 더욱 기대된다. 현재 반도체 시장은 퇴출 기업이 늘면서 수요 회복에도 불구하고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비수기인 4분기엔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지만 올해는 보합세를 유지하며 과거와 다른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내년 본격적인 소비 회복이 나타나면 공급 부족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혹독한 구조조정을 견뎌내며 시장 영향력을 더욱 확대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LCD 패널을 중심으로 한 디스플레이 업계는 연초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최악의 상황에서 출발했지만, 한국 업체들이 가장 먼저 위기에서 탈출하며 고공비행을 이어갔다.
대만 LCD 업체들이 일부 생산 라인을 중단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지만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앞선 양산 경쟁력을 바탕으로 2분기부터 빠르게 회복세로 돌아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3분기에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며, 패널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해 한국 업체들이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4분기에는 전통적인 비수기 영향으로 패널 가격이 보합세를 보이고 있지만, 예상보다 탄탄한 수요가 지속되고 있어 당초 목표를 뛰어 넘는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내년 중국 시장에서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향후 1∼2년 내 세계 최대 LCD TV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업계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 등이 한발 앞서 투자를 발표하고 정부 승인 등 최종 절차를 거치고 있는 상황이지만 대만·일본 업체들의 움직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양종석·윤건일기자 js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