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단행된 삼성전자 임원 승진 인사에서는 최지성 사장과 손발을 맞춰 왔던 임원들이 주요 포스트에 배치됐다. 특히 최지성 사장의 의중을 반영하듯, 영업·마케팅 및 연구개발(R&D)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승진자가 배출됐다. 프랑스 판매법인장 김석필 상무는 휴대폰 영업에서 발군의 영업실적을 기록하면서 전무로 발탁됐다.
마케팅 기업으로 전환하는 삼성전자의 의지를 반영하듯, 마케팅 부문 승진자들이 예년에 비해 늘어난 점도 주목을 받는다. 삼성전자 외국인 1호 임원으로, 최지성 사장과 첫 만남 이후 보르도TV를 히트시킨 데이비드스틸 상무도 전무로 올라섰다. 스틸 상무는 현재 북미총괄 마케팅팀장으로 삼성이 북미지역서 TV와 휴대폰 부문 1위에 오르게 만든 주역이다. 삼성 글로벌 마케팅기획을 총괄해 온 엄영훈 전무 역시 발탁인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성미 상무, 조은정 상무 등 여성 임원 2명 모두 마케팅 전문가다.
내국인 위주인 승진인사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의 위상을 반영하듯, 이번 인사에서는 해외 법인에서 근무하는 현지인들이 본사 정식 임원으로 승진했다. 프랑스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의 입지를 확고하게 정립한 필립 바틀레씨가 상무로, 디지털TV 매출 시장에 기여한 팀 백스터씨와 존 레비씨가 각각 본사 전무와 상무로 승진했다.
이재용 부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의지도 반영됐다. 삼성그룹 오너 일가가 경영 전면에 대거 등장하면서 오너 경영 체제를 더욱 확고히 했다. 올 초 승진한 이부진 전무와 이서현 전무의 남편인 김재열 제일모직 전무에 이어 맏사위 임우재 삼성전기 상무와 둘째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가 전무에 올랐다. 이건희 회장 오너 일가가 모두 전무급 이상으로 승진하면서 오너체제가 더욱 강화됐다.
‘성과가 있는 곳에 승진이 있다’라는 삼성의 오랜 인사 원칙도 재확인됐다. 부사장 이하 임원 승진자는 모두 177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낸 데 따른 사기 진작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위기 때는 강하게 조직을 혁신하고 위기대응형으로 전환하더라도 눈부신 실적에 대해선 승진으로 보답한다는 원칙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멕시코 생산법인장 한명섭 상무 역시 최적의 컬러TV 공급기지 구축과 북미 컬러TV 시장 1위 달성에 기여한 공로로 전무로 승진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