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의 어린 선수가 스타크래프트 역사를 다시 썼다. 주인공은 KT 롤스터의 이영호 선수로 지난 6일 CJ 엔투스 마재윤과의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면서 박정석(공군), 이제동(화승)에 이어 사상 세번째로 프로리그 100승을 달성했다. 이영호의 100승은 단순한 100승이 아니다. 그는 최연소, 최소경기, 최단기간 100승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 기록을 3개나 세웠다.
이영호는 “아직 이룬 것이 많지 않고, 현재의 꾸준함을 더욱 더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겸손해 하면서도 “빠른 시일내에 많이 달려온 것 같고 앞으로도 기록을 깰 일이 있다면 거의 다 깨고 싶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꺼번에 최연소, 최단경기, 최단기간 100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는데 이 중 가장 의미를 두는 타이틀은 최단경기라고 했다. 이영호는 139경기 만에 100승을 이뤄내 종전까지 이제동이 가지고 있던 143경기 100승보다 4경기 단축했다. 그는 “그만큼 패가 적었다는 얘기니까 그런 의미에서 가장 좋은 기록인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게이머 데뷔 때부터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지만, 최근에는 더욱 더 업그레이드됐다. 지난 시즌 중 한때 슬럼프에 빠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보란 듯이 극복하고 더욱 강해져 돌아온 것. 그 비결이 궁금했다.
이영호는 “연습량을 대폭 늘렸고, 운동을 통해 체력도 쌓고 있다”며 “프로게이머 경험이 쌓이면서 자기관리 방법도 생기고, 이것들이 성적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습량이 늘고, 의욕이 생긴데는 내적인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 그는 “데뷔 1년 만에 우승하고, 한국e스포츠협회(KeSPA) 랭킹 1위도 하면서 모든걸 이뤘다는 생각에 나태해졌었다”며 “다시 흥미를 찾으면서 초심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성적도 잘 나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이영호의 기세는 무서울 정도다. 현재 프로리그에서 12승1패로 다승 공동선두에 올라있으며, 대 테란전은 18연승으로 특정종족 상대 연승기록 타이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기록의 사나이라고 불러도 손색 없을 만큼 다양한 기록들을 세워가고 있는데도, 기록에 대한 부담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는 “기록이나 승패에 연연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지면 지는거고, 대신 다음에 이기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타고난 성격 덕분에 부담을 덜 수 있고, 부담이 없으니 제 실력을 발휘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새로운 기록들을 제조해 갈 프로게이머 이영호의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영호는 프로게이머로서의 목표에 대해 “역대 최고를 떠나 전설이 되고 싶다”며 “지금까지 전설은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임요환 선수가 있었는데, 이를 뛰어넘는 전설로 남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