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는 이번 주 초 ‘프리우스 PHV’의 일본 출시 행사를 가졌다. PHV는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비이클’의 약자로, 외부 전원에 연결해 충전하는 방식의 하이브리드카를 의미한다.
HV로 불리는 기존 하이브리드카는 일반 자동차와 전기자동차의 ‘잡종’이면서도 외부 전원에 연결할 필요나 기능을 갖고 있지 않다. 주행에 필요한 전기 에너지를 자체 발전으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만큼 전기모터보다는 엔진에 의지해 연료를 소모하며 주행하는 비율이 높다는 의미기도 하다.
차종마다 그 비율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도요타의 3세대 프리우스나 캠리 하이브리드, 현대·기아자동차의 LPi 하이브리드카 등 국내에 시판 중인 하이브리드카는 모두 여기에 속한다. 프리우스는 ‘EV모드’를 사용해 전기차처럼 모터로만 주행하는 기능을 갖췄지만 그 속도와 주행거리가 극히 제한적이라 일반적인 주행환경에서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바로 이 3세대 프리우스를 개량해 만든 프리우스 PHV는 외부 전원(가정용 콘센트 등)에 연결할 수 있는 기능을 더하면서 배터리 성능을 높여 전기모터에 의한 주행 범위가 대폭 늘어났다. 즉, 전기차에 좀더 가깝게 진화한 것이다. 한 번 충전하면 모터만으로 최장 23㎞를 주행할 수 있고, 최고 시속은 100㎞까지 낼 수 있다. 시내에서 15㎞ 정도를 출퇴근하는 사람이라면 출근 후 근무지에서, 퇴근 후 가정에서 충전하는 방법으로 계속 전기차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배터리용량은 기존 프리우스보다 4배가 늘어났지만 니켈수소전지를 리튬이온전지로 변경함으로써 부피 확대는 3배에 머물렀고, 순수 전기차에 비하면 배터리 용량이 4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220V 전원을 쓰게 되면 1시간 40분에 완전 충전을 마칠 수 있다. 게다가 배터리 용량이 부족해 전기차 모드를 유지할 수 없거나 전기모터만으로는 힘이 부족한 주행여건이라면 자동으로 일반 하이브리드카 모드로 전환해 달릴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전기차와 같은 충전시간이나 주행 가능거리 제약에 시달리지 않는다. 도요타에 따르면 완전히 충전·주유된 프리우스 PHV는 최장 1400㎞를 주행할 수 있다. (일본기준) HV모드에서의 연비는 30㎞/ℓ지만 PHV모드에서의 연비는 57㎞/ℓ에 달한다. 기존 프리우스보다도 연비가 월등히 좋고 배출가스도 적다.
도요타가 이번에 내놓은 프리우스 PHV는 관공서와 지자체, 법인 등에 리스 형식으로 판매될 뿐 일반 소비자는 구매할 수 없다. 도요타는 내년 상반기까지 프리우스 PHV를 600대 생산해 일본과 미국, 유럽에 리스로 공급한 뒤 2011년 말부터는 일반에도 시판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 사이 리스 운용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 나라가 충전시설 등의 인프라 구축에 관심을 갖도록 하려는 의도도 있다. 현재 프리우스 PHV의 일본 리스 가격은 기존 프리우스의 2배를 웃도는 수준이지만 도요타는 2년 뒤 생산량을 수만대 규모로 늘리게 되면 일반 판매 가격이 지금의 프리우스 수준이 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한편, GM이 내년 말께부터 시판할 예정인 시보레 볼트는 프리우스 PHV보다도 좀더 전기차에 가까운 하이브리드카다. 기본적으로는 외부 전원에 연결해 충전한 뒤 64㎞ 거리를 주행할 수 있고, 배터리가 바닥나면 차에 탑재된 가솔린 엔진을 이용해 다시 배터리를 충전함으로써 주행거리를 연장한다. 엔진은 발전에만 사용될 뿐 바퀴를 구동하는 데는 쓰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반 하이브리드카와는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GM은 이 차를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로 소개하기도 했다.
미국의 고급 스포츠카 소량생산회사인 피스커도 같은 방식으로 주행하는 PHV ‘카르마’를 선보였다. 카르마는 외부 전원에 의해 충전된 배터리로 80㎞를 주행한 뒤 자체 발전으로 다시 400㎞를 더 달릴 수 있다. 0-100㎞/h 가속을 6초에 끊고 최고속도는 200㎞/h를 넘기는 등 하이브리드카로서 성능도 뛰어나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