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훤히 보이는 우편기술
박종흥·김인수·엄보윤 지음. 전자신문사 펴냄.
“마지막 편지를 쓴 게 언제였나요. e메일 같은 것 말고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 말입니다.”
요즘도 육필로 편지를 쓰는 사람이 있을까. 만나보기가 어려울 것 같다. 컴퓨터 앞에 앉거나 휴대폰에 먼저 손이 닿을 확률이 높기 때문. 빨간 우체통에 편지를 넣어본 기억도 아득하다.
“우체통이 편지보다 쓰레기를 토해낸다”는 어느 집배원의 푸념처럼 우편이 구닥다리 취급을 받는다. 그런데, 지난해 국내 우편 물량이 48억8350만통이나 됐다. 국민 1인에 99.1통이나 이용한 셈이다. 이게 웬 조화인가.
지은이들은 “기업이 보내는 우편이 많아서”라고 소개했다. 통신서비스사업자·신용카드사·은행의 우편 이용량이 날로 늘어났고, 공공기관도 우편을 많이 쓰는 까닭에 2000년 이후로 연간 우편 이용량이 평균 49억통을 꾸준히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국민 1인당 매년 97∼100통씩 받아야 할 만큼 우편은 여전히 보편적 공공 서비스다. 모든 국민에게 두루 널리 미쳐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포스트넷(PostNet)’과 같은 우편 물류 두뇌(통합정보체계)도 필요하다.
지난 2007년 4월부터 2년간 제4대 우정사업본부장을 지낸 정경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은 매일 아침 ‘포스트넷’을 이용해 전국 22개 우편집중국을 살폈다.
폐쇄회로TV가 담아내는 현장 물류 상황을 집무실로 끌어들여 원활한 우편 흐름을 조율하고, 여러 사고에 미리 대비했다. 그의 우정사업본부장 시절을 회상하는 이유는 한때 ‘집배원’이 ‘정경원’으로 바뀔 뻔해서다. 우편의 낡은 이미지를 떨어내기 위해 ‘집배원’을 대체할 산뜻한 단어를 공모했는데, 공교롭게도 그의 이름과 ‘정겹고 경사로운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담은 당선 후보작 ‘정경원’의 발음이 같았다. ‘정경원’이 여러 고지서를 들고다니는 상황이 연출됐다면 오랫동안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을 에피소드다. 그만큼 구닥다리 이미지를 벗으려는 우편 종사자들의 노력이 뜨거웠다.
1884년, 우정총국이 설립된 뒤 125년간 국민과 함께한 우편이 얼마나 발전했고, 어떻게 거듭날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2만원.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