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행복해야 시스템 품질도 높아져”

“직원들이 행복해야 시스템 품질도 높아져”

 신영증권 IT센터에 들어서면 모든 직원의 책상 위에 자그마한 액자가 놓여있다. 이 액자에는 자신의 사진과 함께 좌우명이 나란히 적혀 있다. 신규 프로젝트를 구성하거나 추진할 때 항상 이것을 바라보며 근무하자는 취지로 신영증권 최고정보책임자(CIO)인 김순성 상무가 제안한 것이다. 김 상무 자리 위에도 사진과 함께 좌우명이 적혀있다. ‘Andante Con Moto’. ‘좀 더 천천히 그러나 열정적으로’라는 의미의 음악 용어다. 그는 프로젝트나 인간관계, 통신수단 등 모든 것이 속도 경쟁으로 치닫으면서 매사 서두르는 경향이 짙다며, 삶의 속도를 좀 더 늦추고 대신 열정적으로 행복한 인생을 살자는 의지를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그는 인터뷰 시작하자마자 잠시 보여줄 것이 있다며 사무실 한켠으로 기자를 이끌었다.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진 공간이었다. 소파가 있고 시집과 각종 잡지 등의 책이 준비돼 있었다. 연주할 수 있는 기타도 보였다. 영화를 볼 수 있는 DVD도 있고 음악 전용 5.1채널 스피커까지 진열돼 있었다. 얼마 전 김 상무가 IT센터내 회의실 하나를 헐어 직접 꾸민 자그마한 카페다. IT직원들이 좋은 음악을 들으며 언제나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그는 “IT직원들이 회사에 와서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며 “직원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빨리 출근하고 싶은 사무실’을 만드는 것이 최대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회사에 나오는 직원이 가장 효율적으로, 그리고 가장 창의적으로 일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몇 년 전부터 ‘행복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사내 차장급 직원들에게는 행복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직원들이 행복하고 보람되게 일할 수 있도록 ‘펀 매니저’ 미션을 부여했다. 이는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면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즐겁고 행복하게 프로젝트를 수행하자는 그의 의지를 충분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상무가 이처럼 직원 개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하는 모든 것을 ‘사람’이 한다는 것이다. 그는 20여년을 증권IT 분야에 근무해 오면서 IT 인력의 업무 환경과 역량에 대해 관심이 남다르다.

 김 상무는 “요즘 가장 중요하게 느끼고 있는 과제가 사람”이라며 “특히 신영증권 같이 중형 증권사의 IT는 소수 정예로 운영전략을 가져가야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IT인력들의 전문화와 비즈니스 이해력을 동시에 높이면서 개개인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의 행복과 함께 중요시 여기는 것이 바로 ‘품질’이다. 그는 더 좋은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것과 직원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일련의 노력들이 모두 시스템 품질과도 직결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즉, 높은 품질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직원 개개인의 역량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가장 기본적으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이 뒷받침돼야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업무 환경은 단순히 복지 시설을 얘기 하는 것이 아니다. 직원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일에 대한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동기 부여하는 부분까지 다양하다.

 그는 요즘 다양한 품질 도구와 산출물을 토대로 지속적으로 품질보증(QA)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직원들이 반드시 품질 기준선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차세대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도 품질 확보를 위해 표준 프로세스인 CMMI 레벨 3에 맞추어 수행하도록 했다. 하지만 아무리 철저한 준비와 품질을 고려한 시스템개발 계획을 가졌더라도 이를 수행하는 수많은 당사자들이 지키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에 직원들 스스로 모든 공정에 CMMI 레벨 3의 프로세스를 적용해 품질을 최우선으로 할 수 있도록 업무 환경을 조성하는데 노력했다.

 김 상무는 차세대시스템 개발 후에도 최종사용자에게 인도할 때까지 여러 가지 테스트 방법론을 동원해 반복적인 테스트 작업을 진행했다. 이 또한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작업이었다.

 그는 국산 솔루션에 대한 애착도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요즘 국내에서 충분히 개발할 수 있는 아이템인데, 국산 솔루션을 찾을 수 없을 때 너무나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김 상무는 “10년전 만 해도 확연한 기술력 차이 때문에 외산 솔루션을 선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며 “신영증권에서 선도적으로 도입한 미들웨어나 WAS, 싱글사인온, 개발 플랫폼, 메모리 DB, 소스코드 정적 분석 도구 등의 제품은 세계 어느 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칭찬했다. 그는 이어 “굳이 기술력이나 제품의 성능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선진국에서 제조했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잘 알려진 외국회사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택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며 “일정 부분의 리스크가 있더라도 국내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국산 솔루션 사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그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술 분야는 모바일 오피스다. 특히 스마트폰을 통한 비즈니스 지원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미 내부적으로 스마트폰 도입은 확정한 상황이며, 내년 3월까지 1차적으로 단방향 서비스를 위한 모바일 오피스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후 2차적으로 업무 애플리케이션을 연동해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유무선통합(FMC) 서비스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이 외에도 그는 올해 차세대 프로젝트를 끝낸 이후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증권사의 지급결제 서비스 시행에 따라 관련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완료해 지난 9월부터 서비스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선물업 진출을 위한 시스템 구축 작업이 한창이다. 또 파생상품전용 트레이딩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으며, 국제회계기준(IFRS) 구축 작업도 중요한 프로젝트로 진행 중이다.

 김 상무는 “이제 IT가 없이는 새로운 금융상품을 출시하거나 각종 제도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며 “단순히 IT센터가 업무를 지원해 주는 ‘헬퍼’ 역할이 아닌 진정한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그는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를 등정했다. 정상에 올라 고산증으로 고생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거친 호흡소리를 들으면서 아직 살아 있음을 느꼈다고 한다. 그의 이런 열정적인 삶이 직원들이 롤모델로 삼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 김순성 신영증권 상무는

1958년 경남 함양 출생인 김순성 상무는 동국대학교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롯데백화점 전산실에 입사했다. 이후 1988년 11월 신영증권에 입사한 이후 지금까지 20년 넘게 증권IT 업무를 담당해오며 크고 작은 수많은 프로젝트에서 야전수령관을 자처했다. 최근에는 차세대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