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Case Study - 대구·부산은행 `AML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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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서 IT 관련 프로젝트가 복수의 은행에서 공동으로 진행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금융지주사를 통해 자회사들 간에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경우는 종종 볼 수 있지만 시스템 환경이 다르고 경쟁 관계에 있는 은행들이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올해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이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한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총 10개월에 걸쳐 AML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했다. 고객확인의무(KYC)와 혐의거래모니터링시스템(TMS)을 같이 구축했다. 양행은 컨설팅과 주 개발사업자도 공동으로 계약했다.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의 컨설팅은 언스트앤영어드바이저리(KYC 영역)과 데이터메이션(TMS 영역)이 수행했고, 주 개발업체인 데이터메이션의 AML 파워 솔루션을 기반으로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부분 공동 사상과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일부 리포팅 툴은 각사의 환경에 맞는 UI 툴로 구축했다. 이 외에도 기타 계정계시스템 환경 등의 차이로 KYC 구성 등이 일부 다르게 이뤄졌다.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이 AML 프로젝트를 추진할 당시 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대부분의 시중 은행들은 AML 솔루션으로 외산 솔루션을 적용했다. 국산 업체의 AML 솔루션을 적용한 것은 은행권에서 이들이 처음이다.

부산은행 준법지원부 한웅식 부부장은 “외산 솔루션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의 금융 환경과 제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AML 관련한 혐의거래 심사 분석 프로세스 등이 국내 환경과 너무 다르다”며 “데이터메이션은 우리나라의 금융정보분석원(KoFIU)의 TMS 등을 다년간 개발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업체였기 때문에 최종 선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상 공동 프로젝트의 경우 비용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추진한 대형 은행들의 경우 대부분이 하드웨어 시스템 구축까지 포함해 100억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은행에 비해 예산이 충분하지 않았던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은 개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차원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양 행은 총 50억원 내외의 비용을 들여 AML 공동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물론 별도의 프로젝트로 양 행이 따로 진행했다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했을 것이다.

대구은행 준법감시부 곽영도 부부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양사 모두 35%의 비용 절감을 이룬 것으로 추정된다”며 “비용 절감 외에도 공동으로 추진하면서 여러 시너지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의 경우 다른 대형 은행들에 비해 AML 관련 담당인원이 많지 않았다. 때문에 처음 추진하는 분야의 업무에 대해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이런 측면에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은행이 공동으로 이견을 조율해 의사 결정을 했기 때문에 구축 전반에 걸쳐 의사결정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의 경우 주된 영업지역이 다르기 때문에 위험 고객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등 자율적 창구 규제수준을 조절할 때 상당히 효율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타메이션 황석해 대표는 “구축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서는 AML이 생소한 개념이었고 다수의 대형 은행들도 1년 넘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여타 프로젝트에 비해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을 정도로 쉽지 않은 프로젝트였다”며 “공동으로 추진하다 보니 좀 더 안정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고 양 사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공동개발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은 강화된 KYC 제도 시행일에 맞춰 지난해 12월 22일에 1차로 시스템을 오픈했고, TMS를 포함해 전면적으로 공식 오픈한 것은 상반기 말경이었다. 오픈일은 각 은행사의 내부 사정으로 다소 차이가 있었다. 부산은행은 상반기에, 대구은행은 하반기에 AML 시스템을 오픈하는 것을 전략적으로 결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각각 지난 6월16일과 7월 1일 시스템을 공식 개통했다.

양 행이 이번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고집한 것은 프로젝트의 참여 범위와 규모 등을 똑같이 한다는 점이었다. 양 행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프로젝트 참여 조직도 부산은행에서 준법지원부, 대구은행에서는 준법감시부에서 각 2 명씩 구성해 TF팀을 만들었다. 계약서 조항 및 문구, 수행팀의 배치 등도 양 행의 이견을 조율해 신중하게 고려했다. 또한 제안설명회 등도 어느 지역에서 개최할 지에 대해 고민하다 결국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의 중간 지역인 경상남도 밀양에서 실시하기도 했다. 세세한 부분까지도 모두 동일한 조건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양 행이 고려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공동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공동개발 사업을 추진하려던 중 부산은행이 차세대 시스템 개발을 검토하면서 단독으로 일괄 개발하는 것으로 전환하면서 공동 프로젝트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제도 준수를 위한 시기상의 문제 등으로 인해 부산은행이 다시 공동으로 추진하는 방향으로 재검토하면서 공동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약 2개월 정도의 기간이 소요됐다.

양 행은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중요시했던 점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와 KoFIU의 지침을 충실히 반영하는 것이었다. 특히 강화된 고객확인의무(EDD)제도를 원활히 수행하는 것과 혐의거래보고(STR) 예측률을 높이기 위한 모델개발에 주안점을 뒀다. 시스템 측면에서는 일선 담당자와 준법 사용자 편리성과 효과성에 초점을 맞췄다. 전 직원이 사용하는 시스템인 만큼 편리성을 가장 중요시한 것이다. 의심거래점검 및 보고를 준법감시담당자가 직접 개발하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웅식 부부장과 곽영도 부부장 모두 “향후 관계 법령 등 정부 시책 변경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도화시켜 나갈 계획”이라며 “특히 내년에는 AML에 있어 중요한 요소인 주요인물, 자금 세탁 상습범, 테러범 등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한 "워치 리스트 필터링’ 패키지 도입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