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의 골프세상] 컬러공

 “골프공은 흰색이어야 한다. 예외는 눈 내린 겨울뿐”이라고 믿는 골퍼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이런 풍조가 약간씩이나마 바뀌고 있다.

 이런 움직임의 선발주자는 일본 브리지스톤이었다. 몇 년 전 일반 흰색 공에 비해 약간 푸른빛이 도는 골프공을 ‘뉴잉’ 브랜드로 출시해 시장의 반응을 떠보는 테스트 마케팅을 실시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괜찮았다. 브리지스톤은 이에 용기를 얻어 연한 푸른색·연한 핑크·연한 오렌지 세 가지 색깔의 공을 ‘슈퍼 뉴잉’ 브랜드로 출시했고 시장에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일본 카스코는 ‘키라(반짝인다는 뜻의 일본어)’라는 브랜드로 실리콘 퍼플 공을 출시했다. 이 공은 짙은 장미색, 연두색 공의 표면에 투명 실리콘을 입힌 특이하게 생긴 공이었다. 키라는 시장에서는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과거에 볼 수 있었던 컬러 공은 투 피스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타격감이 좋지 않고 스핀도 잘 먹지 않는 문제가 있었는데 새로 출시된 컬러 공 두 종류는 모두 스리 피스 공이라 타격감도 좋고 스핀도 잘 먹어서 일반적인 흰색 골프공과 성능에서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LPGA의 ‘핑크 레이디’ 폴라 크리머가 핑크 공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아마추어 골퍼도 컬러 공에 대해 지난 100년간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열게 된 것이다.

 나도 올해 들어서부터 큰 맘 먹고 색깔이 연한 슈퍼 뉴잉 컬러 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공의 성능이나 가격은 일반 제품과 다름이 없었다. 게다가 이 공을 사용하면서 덕을 좀 보았다. 페어웨이에 볼이 네 개 놓여있을 때 어느 볼이 내 것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고 캐디도 “가운데 핑크 공은 140야드 남았고요…”라고 내 공을 기준으로 거리를 알려주니 클럽 선택하기가 좋았다.

 연한 색깔의 공을 몇 달 쓰다가 내친 김에 아예 색깔이 진한 키라를 쓰기 시작했다. 연한 색깔의 슈퍼 뉴잉에 비해 더 반짝이고 눈에 잘 띄기 때문에 마음에 들었다. 푸른 하늘을 가르고 날아가는 흰색 공보다 장미색 공이 더 예쁘게 보였다.

 국내업체인 볼빅에서 ‘크리스탈’이라는 브랜드로 일본 카스코의 키라와 같은 실리콘 퍼플 공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색깔은 크리스탈이 더 예뻤지만 투 피스 공이라 타감이 좀 단단했고 스핀도 많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가격이 키라에 비해 반값이고 드라이브 샷 거리가 좀 더 나가니 참을 만했다. 볼빅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골프공 업체도 타이틀리스트 프로 V1만 찾는 국내 골퍼들을 원망하지 말고 다양한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을 갖춘 골프공을 출시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골프 코스에서는 분홍색 바지, 연두색 셔츠를 입은 나이 많은 골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자고로 골프 복장이라면 닥스 스타일의 체크 무늬 바지에 어두운 색깔의 티셔츠를 입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던 예전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바야흐로 골프 코스에도 컬러의 물결이 몰아치고 있다. 이때 우리도 컬러 공을 써보자. 다양성과 개성이 발휘될 때 비즈니스도 더 잘 될 뿐만 아니라 골프도 더 즐겁게 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