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결산/국제] <5·끝>컴퓨팅

[2009 결산/국제] <5·끝>컴퓨팅

 그야말로 ‘넷북 열풍’이 불었다. 무겁고 비싼 노트북PC를 외면하기 시작한 소비자에게 경제 한파와 함께 찾아온 작고 가벼운 300∼500달러짜리 넷북은 반갑고 귀여운 친구였다.

 주요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올 넷북 판매량은 애초 예상치인 2200만대를 넘어 2438만대(아이서플라이 예측)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판매량인 1309만대보다 무려 86.2% 늘었다. 금액으로도 올해 10억9500만달러(약 1조2700억원)어치나 팔려 지난해 실적인 6억2500만달러(약 7200억원)를 훌쩍 넘어섰다.

 넷북 열풍은 여러 측면에서 방증됐다. ‘넷북’이 새 옥스퍼드 아메리칸 사전(NOAD)의 올해의 단어 후보에 올랐고, 레노보 ‘아이디어패드 S12’이 뉴스위크가 뽑은 최고 기술 제품 25선에 들었다. 휴대폰 제조업체 노키아가 넷북 ‘부클릿 3G’를 내놓는가 하면,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까지 컴퓨터 운용체계(OS)인 ‘크롬’을 탑재한 넷북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대만의 컴퓨터 제조업체 에이서는 넷북에 힘입어 올 3분기 PC 출하량 기준으로 델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오르더니, 내년에 넷북을 포함한 PC 출하량을 5000만대로 끌어올릴 태세다. 조지 스칼리스 반도체산업협회(SIA) 대표는 올 반도체 수요 증대의 이유로 “값싼 넷북 판매 증가”를 꼽기도 했다. 경기침체로 고전하던 올 컴퓨터 산업계를 넷북이 구제한 셈이다.

 또 미국 이동통신사업자 스프린트넥스텔이 컴팩의 넷북 ‘미니110c-1040DX’를 1달러(2년 약정 조건)에 내놓고, 버라이즌와이어리스와 HP가 함께 199달러짜리(2년 약정) 넷북·통신 결합상품인 ‘미니 1151NR’을 선보였다. AT&T도 넷북·통신 결합상품으로 에이서 ‘어스파이어 원’을 99달러, 델 ‘미니 9’를 149달러, LG전자 ‘X110’을 249달러(이상 2년 약정)에 제공하는 등 올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계를 넷북이 지배했다.

 넷북에 스마트폰 돌풍이 가세하면서 기존 사업영역을 초월하는 컴퓨팅 기업 간 인수·합병도 활발했다.

 오라클이 74억달러(약 8조5900억원)를 들여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사들여 컴퓨팅 부문의 모든 구색을 갖출 태세고, HP가 지난해 일렉트로닉데이터시스템스(EDS)를 인수한 데 이어 27억달러(약 3조1300억원)를 들고 통신망 장비업체 스리콤(3Com)을 사러 나섰다.

 시스코시스템스도 HP에 대응해 탠드버그와 스타렌트네트웍스를 각각 33억9000만달러(약 3조9300억원), 29억달러(약 3조3600억원)에 인수했다. 또 제록스가 어필리에이티드컴퓨터서비스(ACS)를 64억달러(약 7조4300억원)에, 델이 페롯시스템을 39억달러(약 4조5300억원)에 사들인 것도 업계 시선을 모았다.

 이밖에 EMC가 데이터도메인을 21억달러(약 2조4400억원)에, IBM이 SPSS를 12억달러(약 1조3900억원)에 사들이는 등 1조원 이상 대형 인수·합병이 컴퓨팅 시장을 달궜다.

 한편, 가장 큰 거래인 오라클의 선 인수를 둘러싸고 미국 정부와 유럽위원회(EC)의 독점금지 관련 규제가 쟁점화했다. 미 정부는 인수를 허가했으나 EC는 다음달 27일에나 결론을 낼 예정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