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네티즌이라면 누구나 ‘진화하는 인터넷’을 경험했을 법하다.
궁금해하는 정보를 검색해 결과물을 제시하는 데에서 나아가 소셜미디어와 연계한 실시간 검색, 개방과 공유를 통해 또다른 질서를 만들어 낸 ‘웹2.0’, 이용자의 기호까지 파악해 필요한 정보를 제안하는 지능형 검색 등 각양각색의 신기술이 접목된 살아있는 인터넷을 맛본 첫 해였다.
구글은 이같은 인터넷의 진화를 이끌어 낸 장본인이다.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 쌓은 지배력을 바탕으로 모바일, 컴퓨팅, 콘텐츠,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그 세력을 넓혀 강한 견제도 받았지만 인터넷 세상에 상상하지 못한 것들을 풀어내는 놀랄만한 저력을 선보였다. 검색한 결과물이 시간대별로 제공되는 타임라인 서비스, 트위터와 연계한 실시간 검색, 화제의 검색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트렌드 서비스, 타이핑을 하지 않고도 목소리만으로 정보와 위치를 찾는 음성 검색 등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다.
반면 구글과 함께 양대 검색 기업으로 성장해온 야후는 MS로의 피인수 문제를 놓고 주주들과 갈등을 빚은 후 최고경영자(CEO)가 제리 양에서 캐롤 바츠로 교체되는 위기를 겪었다. 이후 MS와의 제휴로 새로운 검색엔진 ‘빙’을 선보여 재기에 나섰고, MS는 이에 힘입어 신생검색기업 울프램알파와 손잡고 인터넷 검색시장에서 새로운 주자로 떠올랐다. 검색을 빼놓고는 더이상 인터넷 기업이라고 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트위터·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소셜미디어의 급성장도 빼놓을 수 없는 이슈다. 140자의 짧은 메시지로 지구촌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트위터는 지난해 430만명이던 순 방문자 수가 1년여만에 6억명에 육박하는 폭발적 성장세를 이뤄냈다. 페이스북 역시 3억명의 회원중 5000만명이 지난 7월부터 9월 사이에 사이트를 개설한 것을 감안한다면 소셜미디어는 올 한해 인터넷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 애플리케이션임에 틀림없다. 소셜미디어를 연계한 플레이피시, 징가 같은 소셜게임은 돈되는 온라인 가상 시장을 만들어냈다. 덕분에 플레이피시는 4억달러나 되는 비싼 값에 유명 게임업체 EA에 인수되기도 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의 당선에는 이같은 소셜미디어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오바마 캠프에서 일하던 참모진들이 그를 짧은 기간에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집중적으로 활용했고, 젊은 층들을 선거의 장으로 이끌어 내 마침내 대통령 당선이라는 큰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거버먼트2.0’이라는 개념을 적용, 열린 정부 구현을 위해 정보를 공개하는 한편, 백악관 사이트도 웹2.0 기반으로 바꾸는 한편, 모든 활동을 실시간 웹캐스트로 방송하는 등 신기술 적용에 어느나라 정부 보다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전국에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해 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국가 브로드밴드 계획’을 수립, 각 주별 사업주체를 선정하는 등 첫 단추를 뀄다.
반면 영국은 미국과 달리 인터넷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디지털 경제 법안’을 만들어 P2P를 통해 과다한 트래픽을 유발시키거나 저작권을 침해한 콘텐츠를 인터넷에 업로드하는 행위를 정부가 나서 규제하려는 행보를 보이자 의회와 네티즌들이 반발, 의결이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