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글로벌 미디어는 합종연횡이 끊이지 않았다. 인류의 전통적인 지식저장소인 책이 디지털로 다시 태어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캐이블 사업자가 지상파 방송사를 인수했다. 일개 검색엔진에 불과하던 구글이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등 유명 일간지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고 연합하기도 하는 등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 간 경계가 허물어졌다.
도서, 신문, 방송 등 올드미디어의 아성을 뉴미디어가 허물 수 있다는 눈에 띄는 사례는 바로 ‘미국 최대 케이블 사업자인 컴캐스트의 NBC유니버셜 인수’다. 컴캐스트는 최근 NBC유니버셜의 최대 주주 GE와 인수 협상을 벌여 NBC유니버셜의 지분 51%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번 인수로 미국 지상파 시대는 막을 내렸다. ABC는 지난 1995년 월트디즈니에 팔렸고 CBS는 웨스팅하우스에 매각됐다 1999년 비아컴에 재매각돼 현재 내셔널어뮤즈먼트 미디어그룹의 자회사다.
e북 시장의 놀라운 팽창도 출판 및 유통시장의 디지털화를 빠르게 이끌었다. e북 단말기의 종류가 특히 다양해 졌다. 아마존은 기존 킨들에서 사이즈를 확대한 ‘킨들DX’를 내놓는 한편 킨들2의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시키고 있다. 미국 유명 대형서점 반스앤드노블은 컬러 LCD와 e잉크 창이 1대 3의 비율로 제공되는 e북 단말기 ‘누크’를 출시해 단번에 킨들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소니와 같은 대형 전자회사 및 중소기업 등에서도 잇따라 e북 단말기를 출시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월가에서는 e북 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유명 대형 서점 ‘보더스’의 주주들이 주식을 팔고 아마존으로 갈아타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구글이 추진하는 ‘디지털 도서관’은 도서의 디지털 전환시 발생하는 저작권 문제에 대해 일깨웠다. 구글은 ‘구글 북스’프로젝트를 통해 지난 2004년 향후 10년 내에 책 3200만권 이상을 스캔해 온라인으로 서비스하는 디지털 도서관을 만들겠다 공언했으며 이미 이미 100여 개 언어로 된 책 1000만권 이상을 디지털화했다. 이 과정에서 구글과 미국 출판계가 체결한 기존 계약에 대해 아마존, 야후 등 경쟁업체와 프랑스, 독일 등 각국 정부는 저작권 및 출판시장 경쟁 체계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의를 제기해 재합의 중이다.
전형적인 ‘종이 미디어’인 잡지와 신문과 신종 미디어 구글, e북 간의 경쟁도 이슈였다. 타임·뉴스코퍼레이션·콘드내스트·허스트코퍼레이션·매러디스코퍼레이션 등 1억4000만명 이상의 독자를 거느린 미국 5대 대형 미디어가 조인트 벤처 형식으로 기술과 자본을 출자해 컬러 및 각 매체의 독특한 레이아웃을 완벽하게 지원하는 디지털미디어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종이신문의 대표 주자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의 다른 행보도 눈에 띈다. WSJ이 속한 뉴스코퍼레이션의 루퍼트 머독 회장은 구글을 비롯한 포털업체들이 자사 기사를 검색 결과로 내놓는 것에 대해 ‘도둑질’이라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WSJ의 경우 현재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제목과 첫 문단만 무료로 공개하고 기사 전문은 유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오히려 구글의 주제별 검색기능 및 연대별 검색결과 정리 기술을 적극 활용해 자사의 콘텐츠를 널리 퍼트리고 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