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효성·코오롱 등 그룹 계열 대형 정보기술(IT) 유통업체들이 올해 경기침체에도 역대 최고의 매출 신기록을 세웠다.
대기업이기에 가능한 유통망 확장과 ‘멀티 벤더’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LG엔시스(대표 정태수)는 올해 매출 6700억원을 올려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고 매출 63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회사 매출의 20∼30%를 차지하던 또 다른 사업 축인 금융자동화기기 부문이 크게 부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IT유통 부문의 성장세는 더욱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IBM, HP, EMC 등 사실상 주요 HW벤더 제품을 모두 유통하는 멀티 벤더 전략이 자리를 잡으면서 성장세를 시현했다”고 설명했다.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대표 류필구)도 올해 매출이 역대 최고 수준이었던 지난해 매출 2015억원에 비해 5%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히타치 스토리지를 전면에 내세운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은 단순한 제품 라인업을 유통망 강화로 보완했다.
회사는 공공·통신·금융·제조 등 각 산업군별로 핵심협력사를 운영하는 ‘CP(Core Partner)’체계를 도입한 후 올 들어서만 30∼40개 신규 고객을 확보했다.
코오롱아이넷(대표 변보경)은 올해 IT부문 매출이 19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30%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2006년 코오롱인터내셔널과의 합병으로 현재의 IT부문 체계로 재편된 이후 최고 실적이다.
이호선 상무는 “기존 IBM, EMC, 오라클 관련 유통사업이 성장세를 이어간데다 올 들어 새로이 시작한 오토데스크, 유니닥스 사업도 좋은 성적을 보이면서 실적 향상을 이뤘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 모두 매출은 늘었지만 유통업의 특성상 이익률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데 그친 것으로 알려져 과제를 남겼다. 이는 시장 침체로 가격경쟁이 심화됐고, 수익보다는 물량 확보 중심의 영업을 되풀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