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거기는 굿모닝이죠.”(이명박 대통령) “아침입니다.”(반기문 UN사무총장)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반기문 UN사무총장, 한승수 전 총리와 영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코펜하겐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의 분위기와 전망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3개의 스크린을 통해 반기문 총장과 배석한 한승수 전 총리, UN사무차장, UN정책실장, UN기후변화 팀장과도 인사를 나눴으며 마치 실제로 만난듯한 분위기에서 의견을 교류했다.
그러나 영상회의 시스템을 두고 정부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총리실이 세종시 원안 추진시 부처 분산으로 인한 행정 비효율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검토된 원격 영상회의가 비효율적이라고 결론냈지만 녹색성장위원회는 공무원 원격근무 등을 확대하는 방안 중의 하나로 영상회의 확대를 추진키로 했다. IT업계는 총리실이 최근의 기술 진보에 따른 영상회의 시스템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결론을 내렸다며 속앓이를 하는 모습이다.
지난 14일 개최된 세종시민관합동위원회에서는 행정비효율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영상회의 등이 제시됐으나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결론냈다.
조원동 세종시 기획단장은 14일 개최된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회의 이후 기자 간담회에서 “영상회의도 83억원을 들여 시설을 갖췄는데 이용 실적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5월 13일 녹색성장위원회의 그린 IT정책 발표에서는 첨단 IT기반의 원격협업 및 영상회의를 확대해 2009년 2.4%에 그쳤던 공공기관 원격근무율을 2012년까지 20%로 확대키로 발표한 바 있다.
녹색성장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영상회의가 완벽한 대안이 될수는 없지만 보조적인 대안으로서의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네트워크 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는 최근 풀 HD의 화질에다가 최대 18명이 동시에 대화할 수 있는 제품까지 출시했다. 시스코는 전 세계 지사 45개 국가에 총 667대의 영상회의 시스템을 설치해 일평균 46만 3513건의 미팅을 진행하고 1억달러의 출장비를 절약한다. MS의 경우 360도 파노라마로 보여지고 발언하는 사람쪽으로 카메라가 이동하는 기술까지 선보였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2000년대 초·중반에 설치된 영상회의 시스템의 경우 화질이나 사용자 편리성 부분이 크게 부족했다”라며 “그러나 최근의 기술은 이런 문제점들을 모두 극복해 충분히 실효성을 담보한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업계 주장을 그대로 다 믿기는 어렵겠지만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