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新 인터넷] (2부-3·끝)아이와 엄마, 인터넷에 대해 말하다

[2009 新 인터넷] (2부-3·끝)아이와 엄마, 인터넷에 대해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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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와 방송통신위원회·한국인터넷진흥원이 공동으로 지난 10개월간 진행한 ‘인터넷으로 인한 유·청소년 행동변화 관련 실험연구’는 아이들의 인터넷 이용과 발달의 상관관계, 이용 행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기존 인식과는 다른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의 일환으로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자 지난 10월 인터넷을 직접 사용하는 중학생 5명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는 학부모 8명을 섭외해 표적그룹심층면접(FGI)를 각각 따로 진행했다. 소수이긴 하지만 지역 및 연령별 안배를 위해 리서치 전문기업 포커스리서치에 의뢰, 그룹 인터뷰 대상을 엄선했다. 각각 진행된 청소년 그룹 및 학부모 그룹의 집단인터뷰에서의 발언을 핵심내용만 뽑아 자녀와 부모의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그들의 입을 통해 유·청소년의 인터넷 이용 모습, 부모와의 인식 차이, 정책적 시사점 등을 더욱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아이 그룹

 ◆=엄마 그룹

 #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인터넷은 일상

 인터넷 강국답게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인터넷은 일상이었다. 이용 시간과 즐기는 서비스는 서로 달랐지만 정보 검색, 커뮤니케이션, 쇼핑, 게임, 커뮤니티 활동, 교육 등 인터넷 이용은 그들의 생활에서 뗄 수 없었다.

 ◇박주영=인터넷을 처음에는 2∼3시간씩 하다가 차츰 3∼4시간으로 늘어났어요. 블로그도 하지만 게임을 많이 해요. 아이들과 대화가 통해야 하니까 아무래도 더 하게 되더라구요.

 ◆현호=e메일은 기본으로 하고 블로그 활동, 카페 활동, 인터넷 뱅킹 등을 합니다. 동호회 활동도 하고 있구요.

 ◆한은주=인터넷 한 지 6년 정도 됐습니다. 커뮤니티 활동을 주로 하고 아이들 학습과 관련된 인터넷 이용을 많이 하는 편이죠.

 ◇김민아=초등학교 3, 4학년 때부터 인터넷을 썼고 하루에 2∼3시간 정도 하는 것 같아요. 주로 학교 다녀와서 저녁 때 집에서 인터넷을 하는데 싸이월드나 축구 게임 피파를 많이 합니다.

 # 인터넷 이용을 둘러싼 일상에서의 전쟁 시작되다

 인터넷 이용에 대한 부모의 인식과 아이들의 인식 차이가 서서히 드러났다. 엄마 역시 많이하는 경우가 있지만 아이들의 과도한 사용을 우려해 2∼3시간 정도가 적절한 사용량이라고 생각했다. 대신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는 인터넷을 쓰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인터넷 사용 통제에 대한 권위가 없어진다는 우려에서였다. 이에 반해 아이들은 부모의 생각과는 반대로 부모와 함께 하면 막연하지만 더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게임 이야기가 나오자 인식의 간극은 더 벌어졌지만 게임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밤을 샌다는 한 엄마의 이야기는 묘한 공감대를 이뤄냈다. 인터넷을 둘러싼 일상에서의 소리없는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신동석=인터넷 이용은 3시간 정도면 적당하다고 생각해요.

 ◇김윤민=적정한 시간은 2시간이라고 생각해요.(다른 아동들도 동의)

 ◇김윤민=저희 부모님은 잔소리를 별로 안하세요. 적당히 네가 알아서 하라고 합니다.

 ◇김한조=저는 인터넷을 2∼3시간 합니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는 인터넷 서핑하다가 게임을 좀 하는데 엄마는 제가 매일 게임만 하는 줄 알고 뭐라고 합니다.

 ◇박주영=저는 부모님과 인터넷, 게임을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가 하는 것 정도는 같이 알아가면서 했으면 좋겠어요.

 ◇김윤민=싸이월드에서 엄마가 제 친구들한테 1촌으로 들어올 것 같아서 싫어요. 친구들은 누구랑 노는지 누구랑 어울리는지 간섭하니까 싫다고 하더라고요.

 ◇김한조=잘 모르겠지만 같이 하면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조유경=아이들이 없는 시간에 많이 합니다. 엄마는 하면서 우리는 못하게 한다고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있는 시간에는 저도 안 하는 편이죠.

 ◆정은주=저도 아이들이 자고 난 후 10시에 시작해서 새벽 2∼3시까지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이용 시간을 통제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조유경=저는 아이들이 이상한 것(성인 사이트)을 볼까 봐 염려돼 PC를 거실로 옮겼는데 아이는 ‘내 방에 있으면 좋을텐데…’라고 이야기 합니다. TV도 컴퓨터와 마찬가지인데 못하게 하면 또래들 사이에서 왕따가 됩니다. 전혀 모르면 안 돼요. 그래서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하는 건 안 되는 것 같아요.

 ◆김현미=제가 아이들과 게임을 같이 해봤습니다. 아이들이 재미있어 해서 직접 해봤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엄마가 절제를 해야 아이들도 절제를 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동석=부모님과 함께 게임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아이들 모두 동의)

 # 같은 듯 다른 듯…인터넷은 아이들의 커뮤니케이션 도구, 부작용만 있는 건 아냐

 자연스럽게 청소년 그룹 인터뷰에서는 인터넷과 친구관계에 대해, 부모 그룹 인터뷰에서는 인터넷의 특성과 인터넷 세대의 특성에 대해 물었다. 아이들은 인터넷을 친구 사귀는 도구로 인식하고 있었고 엄마들도 인터넷은 자녀의 교육에 있어 굉장히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인터넷을 하지 않을 경우 생길 수 있는 소외감에 대한 인식은 공통적이었다. 이와 함께 인터넷의 자정 기능에 대한 대화도 오고갔다.

 ◇김민아=인터넷은 다른 학교로 배정된 친구들과 대화도 할 수 있어서 친구 관계에 좋은 영향을 줘요.

 ◇박주영=내 생각을 말하면 다른 사람도 생각을 말해 준다는 점에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김윤민=인터넷을 하지 않거나 뒤처진 아이들은 따돌림 당하기도 합니다. 학교에서는 공부하느라 대화를 못하는데 인터넷에서는 인맥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정은주=아이들의 사실상 유일한 놀이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밖에 나가서 놀 시간도 없지 않습니까.

 ◆홍현옥=아이들은 요즘 틈이 나면 인터넷에서 만나더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도움이 되지요.

 ◆한재경=우리 세대와 달리 아이들은 삭막한 것 같아요. 다른 친구들을 이해를 못할 것 같아요. 너무 걱정스러워요. 인터넷을 너무 많이 봐서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자기만 생각할 것 같아요.

 ◇김한조=인터넷에서 친구에게 장난으로 뭐라고 했는데 진짜인 줄 알고 오해한 적도 있어요. 그럴 땐 직접 만나서 얘기하면 다 풀려요.

 ◇김윤민=인터넷으로 친구들이 속마음을 많이 털어 놓아요. 짜증나는 것도 털어 놓으면 풀려서 좋습니다.

 ◆조유경=요즘에는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하다가도 어떤 사람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 신고하는 게 있습니다. 그래서 강퇴시켜 버려요. 그런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끼리 해도 정말 못된 마음을 품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히기 위해서 오지 않는 이상 적정한 수준에서 놀고 나오는 것 같아요. 또 아이가 책을 많이 안 읽는 편인데 어느 날부터 역사에 대해서 줄줄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더니 게임에서 배웠다고 했어요. 그래서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 생각했지요.

 # 아이들의 인터넷 사용 환경, 이것만은 꼭!

 아이들에게는 인터넷을 쓰면서 좋지 않았던 점에 대한 질문을, 엄마들에게는 인터넷과 관련해 정부에 바라는 점을 직접적으로 물었다. 그들의 입을 통해 나온 의견은 굉장히 구체적이었고 직설적이었으며 상당한 정책적 시사점을 던져 줬다.

 

 ◇박주영=인터넷을 시작했는데 갑자기 낯부끄러운 사이트들이 나타났어요. 그런 게 없었으면 좋겠어요.

 ◇신동석=작년에 인터넷에서 설치하라는 것 설치하다가 바이러스에 걸린 적이 있어요.

 ◇김윤민=이상한 화면으로 도배되는 것, 바이러스 같은 것을 정부에서 알아서 삭제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작권법도 너무 (규제 정도가) 심한 것 같아요.

 ◆한은주=이미 시장은 아이들 편이 아니잖아요. 장삿속으로 하니까 막을 뾰족한 방법도 없을 것 같습니다. 정책의 책임자가 잘 모르고 전문적이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결국은 방치하고 있는 셈입니다. 혁신하려면 엄청난 각오와 마인드를 가지고 큰소리 칠 수 있는 전문적인 책임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호=관료들이 TV에서 하는 얘기는 잘 모르고 하는 얘기가 많습니다. 게임도 잘하고 인터넷도 굉장히 잘하는 사람을 고용해야 합니다. 관료도 게임을 못하면서 아이들을 지켜나갈 수 있겠습니까.

 ◆김현미=현실에 안 맞는 정책을 내 놓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일관성도 없습니다. 생각이 깨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는 것 같아요.

 ◆손정은=게임을 잘 아는 사람이 교재에도 같이 참여해야 합니다. 제가 봐도 흥미 없는 교재로 교육을 합니다.

 ◇김한조=학교에서 파워포인트 같은 것 가르치는데 그냥 합니다. 사회 과목에서 인터넷과 게임 이용에 대한 교육은 없습니다.

 ◇신동석=선생님이 수시로 컴퓨터 예의에 대한 기본적인 예절을 얘기하거나 하는 그런 것도 없어요.

 ◇김윤민=그런 교육이 있다고 해도 그냥 다 아는 사실이니까 무시할 것 같아요.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