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액세스포인트(AP)의 비밀번호를 이용한 ‘무선인터넷 몰래쓰기’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아이폰 출시 이후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이 같은 편법 사용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넷전화 가입하면 제공되는 무선AP는 사용자에게 비밀변호 변경을 강제화 할 수 없어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 역시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데이콤의 인터넷전화 서비스인 ‘마이LG070’과 KT의 유무선통합(FMC) 서비스 가입자들이 보유한 무선AP에 기본 저장된 비밀번호가 인터넷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무선랜이 장착된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이를 통해 무선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LG데이콤 인터넷전화 서비스에 가입하면 무선AP의 비밀번호는 10자리로 설정되며 KT FMC 서비스의 경우 무선 AP의 비밀번호는 9자리로 입력돼 가입자에게 전달된다.
LG데이콤 인터넷 전화의 무선AP 개수는 현재 약 155만개(가입자 207만명)에 달해 서울 강남 지역의 경우, 건물 외곽에서도 상당수 무선AP가 검색되고 있다. KT의 FMC 서비스도 무선AP가 10만개를 넘어서면서 이를 검색해 무단 접속하는 경우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LG데이콤과 KT에 따르면 일부 가입자 중에는 인터넷을 공유하기 위해 비밀번호를 그대로 유지하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변경 자체가 귀찮거나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기본 설정된 비밀번호만 알고 있으면 무선AP 소유자의 동의없이도 무선랜이 장착된 단말기나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무선AP에 접속해 공짜로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아이폰으로 무선AP에 접속할 경우 비밀번호를 편리하게 저장할 수 있어 한번 저장해 놓으면 관련 AP존에 들어갈 경우 별도의 추가 작업 없이도 자동으로 접속된다.
LG데이콤 관계자는 “무선AP 무단 접속을 방지하기 위해 가입자들에게 비밀번호 변경을 권고하고 무선AP 단말기에 비밀번호 변경 과정이 상세히 설명된 스티커를 붙이고 있지만 비밀번호를 바꾸는 가입자가 많지 않다”며 “지난 10월부터 처음 장착할 때부터 설치 기사들이 아예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있으나 이전에 설치한 가입자의 경우는 사실상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설명했다.
비밀번호 변경 유무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 10월 이전에 설치된 무선 AP 중 비밀번호가 변경안된 무선AP 대수가 약 1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할 뿐이다.
KT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KT 관계자는 “FMC 가입자에게 무선AP를 제공할 때 동일한 비밀번호를 입력해 전달하면서 변경을 설명하고는 있지만 무선AP가 개인 소유이기 때문에 비밀번호 변경을 강제화할 수는 없다”며 “앞으로 FMC 가입자가 확대될 경우, 무단 접속도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고객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