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과 올해 각종 위기설을 잠재우면서 외환위기의 재발을 막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한미 통화스와프가 내년 2월 1일 종료된다. 국제금융시장이 지속적으로 안정되고 국내 외화유동성 사정도 크게 개선됐기 때문에 국내 외환시장이나 은행권 외화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됐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16일(현지시간) 한국은행을 비롯해 14개국 중앙은행과 맺은 통화스와프 협정을 내년 2월 1일로 종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은은 금융위기가 고조된 작년 10월30일 미 연준에 원화를 맡기는 대신 연준으로부터 300억달러를 공급받을 수 있는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 당초 올해 4월 30일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2월 4일 시한을 6개월 연장한 데 이어 6월 26일에는 3개월 더 연장하면서 내년 2월 1일로 늦춰졌다.
미 연준이 스와프 협정을 추가로 연장하지 않기로 한 것은 국제 금융시장 상황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 세계 금융시장의 기본 금리 격인 달러 리보(런던은행간 금리)는 작년 10월10일 4.82%로 한 달 전보다 2%포인트가량 급등했지만, 이달 16일에는 사상 최저 수준인 0.25%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 주가도 리먼 사태 직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으며 환율 변동성도 크게 줄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고 은행권의 외화 차입 사정도 크게 개선됐기 때문에 내년 2월 1일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이 종료되더라도 국내 외환시장이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당국도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한 외화대출 잔액 4억5000만달러를 전액 회수해 자신감을 나타냈다.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이 2700억달러를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점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작년 11월말 2005억1000만달러로 감소하면서 1000억달러대 하락이 우려되기도 했지만 지난 2월 말 이후 9개월간 693억5000만 달러 급증하면서 지난달 말 2708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은 “미국이 볼 때 전세계 자금 흐름상 유동성 위기가 어느 정도 해결됐다는 판단 아래 그동안 가장 비정상적인 조치였던 통화스와프를 중단하기로 한 것”이라면서 “이는 한국에서도 외환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