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판매한 키코(KIKO·화옵션파생상품)가 기업보다 은행의 기대이익이 훨씬 크게 설계된 불공정한 상품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키코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의 모임인 환헤지피해기업공동대책위원회는 미국 뉴욕대 로버트 F 엥글 교수를 비롯한 국내외 전문가 5명에게 D사 등 17개 업체의 키코 계약서를 분석 의뢰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키코상품을 구성하고 있는 풋옵션 가치(기업의 기대이익)와 콜옵션 가치(은행의 기대이익)를 ‘헤스톤 옵션모형’으로 계산한 결과, 은행은 기업이 받는 프리미엄 143억원 보다 평균 4.6배 많은 656억원을 받도록 상품을 설계했다. 이를 은행 측이 주장하는 ‘블랙-숄즈 모형’으로 계산하더라도 2.2배가량 차이가 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키코는 상품 설계 단계에서 은행이 폭리를 취하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이 분석팀의 주장이다.
여기에 은행 측은 콜옵션이 행사(Knock-in)될 확률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행사 시 매도금액을 약정금액의 2배로 정했다고 주장했으나, 엥글 교수팀은 콜옵션이 행사될 확률이 처음부터 50%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또 피해 기업이 키코계약에서 입을 수 있는 최대 손실금액을 분석해 본 결과, 기업들이 입을 수 있는 최대손실 금액은 은행보다 평균 100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기업 중 한 곳은 신뢰수준 99% 범위에서 최대 216억원까지 손실을 볼 수 있지만, 은행은 손실 범위가 최대 9100만원에 불과해 기업의 손실위험이 은행보다 무려 235배나 높은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엥글 교수는 이러한 분석 결과를 17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제32부에서 열린 재판에서 증언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