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전원공급장치(SMPS)업체 파워넷은 부채 280억원과 현금 2000만원만 남은 죽어가는 회사였다. 2004년 12월에는 춘천지방법원에 법정관리 신청을 하게 된다. 당시 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고, 남은 이들은 마치 패잔병과 같았다. 하지만 김상도 대표이사·법정관리인은 희망의 끈을 놓치 않고 직원들에게 ‘나를 믿고 따르면 반드시 회사를 살리겠다’고 약속했다.
2009년 12월 그 약속은 현실이 됐다. 파워넷은 이제 기적과 역사를 말하는 회사가 됐다. KB글랜우드사모투자회사가 760억원을 들여 파워넷을 인수했고, 올해 예상매출은 850억원에 달한다.
“기동력을 무기로 천하를 호령한 칭기즈칸처럼 세계 SMPS 시장 정복을 위해 나설 것입니다. 단돈 2000만원으로 여기까지 왔기에 앞으로 매출 5000억원, 1조원 달성도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김상도 파워넷 대표(60)는 이미 내년과 그 이후 회사의 그림을 머리속에 그리고 있었다.
그는 “법정관리회사로서 지금까지는 10원도 대출을 받을 수 없었지만, 이제 금융그룹의 지원을 받았으니 날개를 달았다”며 “2015년 월드베스트 SMPS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죽어가는 환자도 살린다는 명의처럼 김 대표는 기업회생에 관해서는 국가대표다. 올 하반기부터 진행된 파워넷의 M&A 과정에서도 김 대표와 관련된 비화들이 많았다. 그는 “춘천지방법원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7곳이 모두 나의 경영을 인수조건으로 내걸었으며, 법원에서도 계속 경영을 할 수 있게 유권해석을 내려줬다”면서 “유명세를 탄 덕분에 여러곳에서 스카웃제의가 왔지만, 파워넷에 남아 직원들과 함께 목표달성을 위해 뛰기로 결심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누구보다 파워넷을 잘아는 김 대표이기에 회사가 제2의 도약을 하는데 기꺼이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평소부터 궁금했던 것을 물어봤다. 파워넷의 가장 큰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김 대표는 “CEO의 투명경영과 CEO·종업원간 신뢰가 가장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진두지휘하고 고객을 직접 만나는 CEO가 있기에 건전한 기업문화가 회사의 발판이 됐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내년도 계획에 대해 “직원들의 정신력이 다소 해이해질 수 있기에 다시 한번 정신무장을 할 것”이라면서 “맨파워만 보강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 사진=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