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의 역사는 우연히도 20년마다 큰 변화가 있어왔다. 1961년 7월 조선·한성·남선전기 등 전력 3사가 한국전력으로 통합을 이루고 약 20년 후인 1982년 1월 한국전력공사로 변신을 한다. 또다시 약 20년 후인 2001년 4월 공기업 한전의 독점체제가 분할되면서 경쟁시장 체제로 새롭게 출발한다.
이로부터 2009년 말 현재 약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변화의 주기 20년의 한가운데에 다시 서 있는 셈이다. 다음번의 변화는 어떻게 나타날까. 그것은 전력산업의 형태를 단순히 바꾸는 지금까지의 모습은 분명 아닐 것이다.
최근 우리는 기후변화라는 인류 생존의 문제를 안고 있다. 더불어 기존의 화석연료 고갈 위험이 가시화되면서 연료가격의 폭등을 경험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이제 에너지는 인류 생존의 키워드가 됐다. 최근 우리는 202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0%를 감축하겠다는 정부의 정책발표를 들었다. 물론 이것은 그동안 미뤄왔던 교토의정서로 대표되는 기후변화협약의 국제적 압력을 적극 수용하기 위한 정책적 결단이다. 이것은 이제 우리가 피부로 느끼게 될 변화의 시작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지금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교토의정서를 대신할 새로운 기후변화체제가 논의되고 있다. 이산화탄소는 에너지 사용에서 비롯되기에 기후변화에 대비한 이산화탄소의 감축은 곧바로 에너지산업과 그 소비의 변혁을 예고한 셈이다. 이제 에너지는 충분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에너지 사용이 불편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약이 새로운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될 것인가. 최근 세계 각국은 에너지를 가능한 전기에너지 형태로 사용하면서 그 가치에 따라 소비하는 스마트그리드라는 새로운 산업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전기에너지 생산을 화석연료가 아닌 대체에너지원으로 점차 전환하고 연속 생산이 곤란한 대체에너지의 특성을 소비자 측에서 조절해 극복하는 소비자 반응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생산량이 많을 때 소비자가 이를 저장하거나 소비하다가 생산량이 부족할 때 소비자가 이를 되파는 축전기술을 전기자동차로 구현하려는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가격이 급등할 때 소비를 줄이고 가격이 쌀 때 소비를 늘리는 소비자 가격반응 시스템 개발에 전력하고 있다. 이로써 미래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융합을 이루어내고, 그 생산과 소비가 실시간 가치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하는 새로운 시대가 설계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전기에너지의 가치를 평가하고 반영하는 시장을 통해서 가능한 일이며 우리는 이미 이러한 시대를 예견하고 지난 2001년 전력산업을 경쟁 전력시장 체제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새로운 변화의 시대를 대비한 셈이다.
최근 전력산업 변화가 화두가 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전력산업 형태를 바꾸는 차원이 아닐 것이다. 이제는 에너지를 어떻게 생산해 소비할 것인지, 에너지 가치를 어떻게 매기고 선택할 것인지 하는 생산과 소비 시스템 구현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이제 전기에너지의 생산과 소비에도 쇼핑이 필요하다. 그 쇼핑이 편리하고 영속적으로 되게 하는 것이 이제 우리에게 놓인 커다란 난제며 그 해결을 위한 중심에 스마트그리드와 전력시장이 있다.
심대섭 전력거래소 전력시장처장 shimds@kpx.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