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5)가 합의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 회의가 자칫 ‘녹색 무역전쟁’을 촉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상회의를 앞둔 각국 대표단은 밤을 새가며 비공개회의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개도국 지원문제, 감축량 검증, 제재 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개발도상국들이 여전히 선진국이 충분한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하지 않고 재정 지원에도 소홀하다고 비난하며 온실가스 배출 감축 의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자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은 이들 국가의 상품에 관세를 부과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경조정(border adjustment)’ 조치로 알려진 이 방안은 탄소세를 도입한 국가가 이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의 상품에 수입관세를 매기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이를 채택할 경우 개도국들은 보복조치로 대응해 무역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인도는 국경조정에 대해 WTO에 제소하겠다고 밝혔고 중국은 기후변화 방지를 보호무역주의의 핑계로 사용하는 데 반대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기후변화 방지를 빌미로 보호무역주의를 시행하지 않는다는 기존 원칙에 미국과 중국·호주 등이 동의하면서 갈등은 일단 무마 됐으나 국경조정 조치는 여전히 협상 카드로 남아 있다.
키스 록웰 세계무역기구(WTO) 대변인은 “국경조정 조치에 관한 개별 국가의 행동은 분노를 촉발할 수 있으므로 코펜하겐에서 다자적으로 결론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각국의 이해관계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이번 회의를 통해 실질적이고 구속력 있는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각국 정상들이 이번 회의에서 주요 결정을 미루고 내년 말 멕시코에서 열리는 1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수개월 전 다시 모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