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인정찰기 영상, 이라크·아프간서 해킹당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활동하는 미국의 첨단 병기인 무인비행기가 탐지한 정찰 영상자료 등이 무장세력에 의해 해킹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 이라크와 아프간의 무장세력들이 미국의 무인비행기 ’프레데터’가 탐지해 보내는 첩보 동영상을 싸게는 인터넷에서 26달러에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가로채 왔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해킹 당한 영상은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미군의 작전을 모니터하거나 피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무장세력들에게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문제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라크의 시아파 무장세력들은 인터넷에서 25.95달러에 살 수 있는 러시아 업체의 ’스카이그래버’ 프로그램을 활용해 무인비행기의 영상을 수시로 가로채왔다.

이라크의 미군들이 이 문제를 발견한 것은 작년말. 미군은 시아파 전사를 붙잡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의 랩톱 컴퓨터에 무인정찰기에서 가로챈 파일이 있음을 발견했다.

미군은 지난 7월 다른 무장세력의 랩톱 컴퓨터에서도 무인정찰기에서 가로챈 영상을 발견했고, 일부 군 관계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이란에 의해 훈련되고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들이 무인정찰기의 영상을 정기적으로 빼내왔다고 결론내렸다.

해킹당한 동영상의 가장 구체적인 일부 증거들은 이라크에서 발견됐지만 이 문제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프간에서도 적들이 무인비행기의 영상을 가로채왔다.

이들은 이런 해킹기술이 파키스탄이나 예멘, 소말리아 등 미군이 무인비행기를 사용하는 다른 지역에서도 쓰였을 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

군 고위 당국자와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이런 문제가 나타난 이후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간, 파키스탄에서 무인비행기의 모든 영상 전송을 암호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하고 있다.

미군 관계자들은 무장세력들이 해킹을 통해 무인비행기를 조종하기까지 했다는 등의 증거는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미국이 군인들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 군사 작전에서 무인비행기에 갈수록 많이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는 무인비행기 체제가 상당한 취약성을 갖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