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KT는 초고속인터넷 상품을 출시하며 정부로부터 요금을 인가받지 않고 신고만 하면 된다. SK텔레콤은 현재 신고만으로 출시하고 있는 3세대(3G) 이동전화 상품을 앞으로는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은 후 출시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7일 개최한 전체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이날 의결한 ‘이용약관 인가대상 기간통신역무와 기간통신사업자 고시 개정에 관한 건’에서 방통위는 KT의 시내전화와 SK텔레콤의 이동전화(2G 및 3G)는 이용약관 인가 대상 사업으로 정했으며, KT의 초고속인터넷 사업은 인가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는 전년도 사업규모와 시장점유율(50% 이상) 및 경쟁상황 등을 고려해 요금 등 이용약관의 인가를 받아야하는 역무와 기간통신 사업자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매년 지정해 고시하도록 돼있다.
신용섭 통신정책국장은 “SK텔레콤의 3G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어서며 증가하고 있는 반면 KT의 초고속인터넷 시장 점유율은 2007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 9월말 42%까지 계속 떨어지면서 50% 미만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2008년 말 기준 SK텔레콤의 2Gㆍ3G를 포함한 이동전화 시장 점유율은 55.5%며, 이중 3G는 53.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KT의 초고속인터넷 사업 시장 점유율은 2006년 52.1%에서 2007년 48.4%, 2008년 47.6%로 계속 하락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용약관 인가대상 지정은 시장지배력을 갖춘 통신사업자의 독점적 횡포(가격인상 등)를 막기 위해 정부가 요금인가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통상 한 서비스에서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으면 이용약관 인가대상으로 지정된다는게 방통위측 설명이다.
이날 회의에서 SK텔레콤 3세대 이동전화 상품의 이용약관 인가 대상 사업 지정에는 위원간 이견이 없었으나 KT 초고속인터넷 사업에 대해서는 논란이 오갔다. 형태근 방통위 상임위원은 “지난해 고시 제정에서 KT의 초고속점유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졌음에도 실질적 지배력을 봐야한다는 의미에서 상임위에서 유보 판단을 했었다”며 “3위사업자 지위로 분류된 LG파워콤의 시장 점유율 성장이나, 합병을 통해서 대등한 마케팅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규제완화와 통신 정책의 시장 친화적 접근을 감안할 때 해제하는 것이 마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경자 방통위 부위원장은 “KT 초고속인터넷 사업 점유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맞지만, 시장의 후발사업자와의 격차를 볼 때 여전히 지배적 사업자임에 틀림없다”며 “그러나 50%라는 점유율 수치보다는 후발사업자와의 현격한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시간 논의 결과, 다른 위원들이 대체로 해제 쪽에 무게를 두면서, KT의 초고속인터넷 사업은 인가 대상에서 제외되게 됐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