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출연연구기관들이 내년 기술 사업화를 위한 핵심 키워드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주목했다.
매년 학교당 수백억∼수천억원의 연구개발(R&D) 예산이 투입되지만 기술 이전 및 사업화가 부진했다는 판단 아래 이를 개선하기 위한 ‘마인드’ 육성에 적극 나선 것이다. 특히 그동안 연구 성과를 통한 수익 창출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을 갖고 있던 대학들이 앞다퉈 관련 지원 조직 설립 등을 통해 ‘지식자본주의’ 실현에 착수했다.
20일 관련 대학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대학 중 최초로 한양대에 글로벌기업가센터(센터장 류창완)가 설립된 데 이어 3∼4개 학교가 추가 설립을 검토 중이다. 대학의 기업가센터는 ‘준비된 기술 창업인’을 육성하기 위한 관련 전공 개설과 성공한 동문 CEO들이 주축이 된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는 7월 설립 이후 개설한 전공 과정이 이공계 학생들로부터 폭발적 인기를 끌자 내년에 CEO 양성 관련 과정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타 대학 기업가센터 설립을 위한 자문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강원지역대학연합기술지주회사(대표 김정국)는 내년 3월 기업가 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최근 한양대에 관련 자문을 요청했다.
휴대폰결제업체인 사이버패스 대표 출신인 류창완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장은 “내년에는 최휘영 NHN비즈니스플랫폼 대표나 김정주 넥슨 창업주 등 학생들이 선호하는 벤처 CEO들의 강의를 강화할 것”이라며 “강원기술지주회사 외에 고려대와 숙명여대 등도 한양대에 기업가센터 설립에 대한 문의를 해왔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 중 최초로 지난해부터 캠퍼스CEO 과정을 개설해 호응을 얻은 고려대학교는 최근 ‘R&D기획센터’를 개설, 운영에 들어갔다. 이 센터는 기존에 단과대학별로 소극적으로 추진해온 대규모 R&D 기획 및 시장조사 작업 등을 핵심 업무로 추진한다. 센터장은 전 총리실 공보수석을 지낸 김덕봉 산학협력단 연구교수가 맡았다.
고려대 산학협력단 허정도 과장은 “대학이 중장기적인 대규모 R&D 프로젝트를 수주, 사업화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수행하는 지원조직”이라며 “이 센터에서 기업가센터의 역할 등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연연 맏형격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한홍택)도 최근 KIST 미래비전으로‘세계를 향한 과학기술과 엔터프레너십(기업가정신)의 산실’을 제시했다.
한홍택 KIST 원장은 “출연연이 수익 창출을 위해 기업가정신을 외치는 것이 꺼려지는 시대도 있었지만 이제는 이를 적극적으로 강조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대학이 이처럼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것은 벤처정신 부활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와도 관련이 깊다. 창업에 대한 적극적 독려만이 일자리창출은 물론이고 국가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학 내에서 이같은 변화가 일고 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