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온통 녹색(그린)이다. 한 가지 색이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된 경우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조금이라도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거나 환경 오염을 막을 수 있는 것이라면 그린을 갖다 붙인다.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이 바로 그린이기 때문이다.
그린은 규제적인 성향도 있지만 새로운 시장의 출현을 의미하는 기회를 뜻하기도 한다. 바로 그린비즈니스다. 정부도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비전으로 설정하고 연일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성장의 기반인 산업계 전반으로 스며들지는 못한 실정이다.
전자신문은 기업에 제대로 된 그린비즈니스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 마련한 연중기획에 ‘GO! 리얼그린비즈니스’를 전면에 내걸었다. 연중기획을 통해 정부의 녹색성장 관련 예산이 산학연에 고루 퍼지고 민간투자도 활성화하기를 희망했지만 2% 부족했다.
이번 기획에서는 우선 정부가 정책에만 너무 치우치는 것을 경계하고 전문인력 양성에 힘써줄 것을 주문했다. 방향성 있는 정책은 민간이 주도하는 녹색성장이 가능하게 하고, 우수한 전문인력 녹색성장이 지속성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그린비즈니스로 가장 먼저 제시한 분야는 가상화 솔루션이다. 제조업과 금융업·공공 분야에서의 가상화 필요성을 사례를 통해 접근했다. 가상화 솔루션이란 한 대의 서버를 마치 10대의 서버가 있는 것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전 세계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평소 서버 사용률은 10% 정도인 점에 착안한 것이다. IDC그룹은 지난해 가상화 시장이 전년 대비 52% 성장한 27억달러를 기록했으며 2012년에는 53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새로운 성장동력인 지능형 전력망(스마트그리드)은 놓칠 수 없는 그린비즈니스 분야로 소개했다. 특히 제주 실증단지의 구축 가이드라인과 KEPCO(한국전력)·SK·KT 등 주요 기업전략을 공개, 실증단지의 모습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마트그리드에서는 중전과 통신이 결합된 스마트그리드 관련 제품이 하나의 산업이 되고 가전 산업은 정보교환이 가능한 가전제품을, 건설 산업은 이와 연동이 되는 스마트 홈을 선보이게 된다. 에너지 업계는 전기충전소를 구축, 자동차 업계의 전기차 생산을 위한 인프라를 담당하게 된다.
스마트그리드라는 신규 서비스의 도입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얘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스마트그리드 관련 시장에서 전 세계적으로 최소 2조9880억달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사업화한 청정개발체제(CDM)는 사업전반에 걸친 정보는 물론이고 후성·휴켐스·화우테크놀러지·KEPCO 등의 성공사례를 통해 사업가능성을 따져볼 수 있게 했다. 특히 CDM 시장진출 십계명을 제시, 섣부른 판단에 주의를 주기도 했다.
유비쿼터스와 생태도시를 합한 u에코시티는 정부에서 오는 2012년을 목표로 u에코시티 기술 중복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1400억원에 가까운 순수 연구개발(R&D)비를 쏟아붓고 있는 분야다. 건설 시장규모는 2030년까지 총 53조원에 달하고 해외 수주액도 5조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삼성SDS·LG CNS·SK C&C·대우정보시스템의 구축전략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도시 공간과 삶의 방식을 아우르는 융합형 IT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적용 가능한 기술과 수출전략모델도 소개했다.
그린홈 100만호의 경우 사업 참여자는 물론이고 그린홈 탐방부터 실제 그린홈을 짓기 위한 방법, AS 등 그린홈에 관심있는 일반인을 위한 정보를 제공했다. 또 단열재와 창호, 태양광·열 및 지열 시스템, 친환경 설비 분야 등 정부의 그린홈 보급사업에 따라 뜨는 업종을 소개함으로써 사업 기회를 엿볼 수 있게 했다.
녹색금융에서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녹색인증제를 미리 점검, 기업들이 이를 활용활 수 있게 했으며 정부의 녹색자금 지원방침을 소개했다. 녹색산업의 성공여부가 녹색금융에 달려 있는 만큼 투자요인을 만들어내는 게 기업들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본과 미국·유럽 등 그린비즈니스 선도국가의 사례를 소개했다. 일본 기타큐슈시와 교토시의 앞선 노력은 녹색도시를 꿈꾸는 국내 지자체의 모델이며, 미국의 스마트그리드 사업은 국내 실증단지 사업과 좋은 비교사례가 됐다. 풍력과 태양광으로 대변되는 덴마크와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주어진 환경에 가장 적합한 그린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지난 1년간 우리나라는 리얼 그린비즈니스를 위한 체질 개선에 어느 정도 성공한 모습이다.
정부는 올 초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로 구성한 녹색성장정책 컨트롤타워인 녹색성장위원회를 발족했고 민간과의 소통을 위해 △산업협의체 △과학기술협의체 △금융협의체 △생활협의체 △그린IT협의체 등 5개 민간협의체를 구성했다.
국회에 계류 중이긴 하지만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도 조만간 시행될 예정이며 최근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과 에너지탄소목표관리제는 기업에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다. 내년 시행되는 녹색인증제는 녹색기술과 녹색사업의 정확한 가치판단을 통해 민간자금이 유입되도록 돕게 된다.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과 지원방안을 만들고 기업은 정책을 마중물 삼아 그린비즈니스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성공적인 그린비즈니스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