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장례식을 하는 워크숍이 있다. 자신의 장례식에 초대할 손님 명단을 작성하고 운구위원을 직접 선정한다. 영정사진을 고르고 가상 유언장도 작성한 후 입관식도 치른다.
진지하게 죽음을 가정한 ‘생전 장례식’은 지난 삶을 돌아보고 앞의 삶을 계획하는 계기가 된다. 나를 추모하기 위해 찾아준 지인들이 나를 어떻게 회상할지를 생각하면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삶의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다. 내가 진정 사랑하는 사람들, 내가 진정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들에 내 시간을 온전히 쏟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한다. 지금 고민하고 번민하는 문제들이 사실 ‘별것’ 아니라는 것도 느끼게 된다. 브레이크 고장난 차처럼 되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왔지만 그것이 얼마나 허망하고 어리석은지 깨닫게 된다. 일상에 치여 눈멀고 귀 멀어 왔던 나의 온전한 감각을 되찾게 되고 무엇을 입 다물고 무엇에 귀기울여야 할지 되돌아보게 된다.
죽음 앞에서 사람은 평등하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그 생을 마감한다. 그 누구도 어길 수 없는 생명의 질서다. 만약 삶에서 죽음이 제외된다면 그 삶은 의미도 생기도 잃을 것이다. 죽음이 삶을 긴장시키고 빛나게 한다. 언젠가는 맞닥뜨려야 할 엄숙한 사실인 죽음을 정면으로 직면하자. 억울한 분노의 절규로 인생을 마감할지, 수용하고 감사하며 내려놓을지 내 죽음을 구상해보자. 어떤 작별인사를 쓰고 무엇을 남겨두고 갈지를 생각하면 삶의 자세가 달라진다.
삶을 배우듯이 죽음도 미리 배워 두자. 죽음을 입에 올리는 것 자체를 꺼리기보다 죽음을 염두에 두고 미래를 설계하자. 죽기로 작정하면 살고, 살기로 작정하면 죽는다고 했다. 죽음을 생각하며 현재의 삶에 더욱 충실하게 사는 법을 역설적으로 배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