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의 비밀…세계 1위는 CPU만 3만 7,000개

슈퍼컴의 비밀…세계 1위는 CPU만 3만 7,000개

괴물 컴퓨터라 불리는 슈퍼컴퓨터는 멀티미디어․인터넷에 최적화된 개인용 컴퓨터(PC)와 달리 오직 수많은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물리, 생물, 천문, 지리, 기상, 금융,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며 각종 연구개발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 장비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전세계 각 나라가 슈퍼컴퓨터에 쏟는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인도, 중국, 일본 등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슈퍼컴퓨터 순위를 살펴볼 수 있는 TOP500(www.top500.org)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6월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를 구성하는 CPU 개수가 414만 733개였으나 11월에는 466만 4,627개로 늘어났다. 5개월 사이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 성능이 20% 가까이 올라간 셈이다.

■ 슈퍼컴 CPU, x86 명령어 그대로 사용해

재미있는 점은 이들 슈퍼컴퓨터에서 사용되는 CPU가 PC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쉽게 말해 PC에 내장된 CPU 기술이 슈퍼컴퓨터에도 그대로 이용된다. 물론 자세히 따지면 조금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예컨대 PC는 CPU 하나에 듀얼, 혹은 쿼드코어가 쓰이지만 슈퍼컴퓨터는 기본이 쿼드코어고 헥사코어(코어 6개)에 본체 하나당 최소 100개 이상이 장착된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CPU가 슈퍼컴퓨터에 쓰일까? 현재 TOP500 슈퍼컴퓨터 가운데 1, 2, 3위는 모두 AMD 제품을 쓴다. 애슬론과 페넘 브랜드로 익숙한 그 회사 말이다. 실제로 1위를 차지한 슈퍼컴퓨터는 미국 오크리지 국가 연구소에 설치된 ‘재규어’로 식스코어 AMD 옵테론(2.6GHz)이 3만 7,000개(22만 4,162개)가 장착되어 있다.

그 다음으로 2위 로드러너에는 IBM 파워칩과 AMD 옵테론 CPU이 함께 적용됐고 3위인 크레이의 크라켄 XT5에도 식스코어 AMD 옵테론이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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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컴퓨터가 일반 상용 CPU를 사용했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 미국 에너지성 국가 핵안전 보장 관리국과 같은 1급 정부 기관도 IBM에 의뢰해 셀 1만 6,000개, AMD 옵테론 CPU 8,000개 이상을 장착한 슈퍼컴퓨터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

우리나라 바다를 지키는 세종대왕함도 CPU가 최소 5,000개 이상 장착되어 있는 슈퍼컴퓨터를 쓰고 550억원을 들여 도입하는 기상청 3호기도 마찬가지다. 참고로 기상청 3호기에도 AMD 옵테론이 사용될 예정이다.

■ 최신 슈퍼컴은 GPU 컴퓨팅도 이용

요즘 슈퍼컴퓨터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그래픽 칩셋을 이용한 GPU (Graphics Processing Unit) 컴퓨팅이다. GPU 컴퓨팅 원리는 단순하다. CPU가 처리해야 할 일을 GPU가 담당하게 한 것. 슈퍼컴퓨터가 자주 처리하는 시뮬레이션이나 복잡한 계산은 주로 GPU의 장점인 부동소수점 연산을 이용하므로 CPU 대신 GPU가 이를 처리하도록 한 것.

세계 5위 슈퍼컴퓨터로 이름을 올린 중국의 ‘티안허-1’의 경우 x86 CPU에 AMD ATi 레이디언HD 4870 그래픽 프로세서 5,120개로 이루어져 있다. CPU 부담을 줄이고 GPU를 통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슈퍼컴퓨터 제작업체 크레이 관계자는 “특정 애플리케이션만 돌아갈 수 있도록 구축되어 단순히 최고성능치만 나올 수 있도록 제작되었던 일부 상위기종과 달리 올해에는 기상, 환경, 우주, 양자 역학, 유체물리학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돌릴 수 있도록 CPU, 메모리, 네트워크가 모두 발전된 형태의 슈퍼컴퓨터가 1위를 차지했다”면서 “크레이는 벡터형 슈퍼컴퓨터를 제외한 모든 기종에는 AMD CPU를 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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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AMD CPU를 쓰는 이유에 대해 “무엇보다 메모리와 CPU간의 데이터 전송을 위한 대역폭이 우수하다”라면서 “특히 성능 업그레이드를 위해 CPU만 바꾸면 되기 때문에 오크리지 국가 연구소의 슈퍼컴퓨터는 기존 쿼드코어에서 식스코어 CPU를 꽂아 성능을 곧바로 높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교역규모가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한국이 전세계 슈퍼컴퓨터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0.2% 정도로 경제수준에 비해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은 낮은 상황이다. 반면 EU는 최근 슈퍼컴퓨터를 통해 금융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한 ‘EURACE’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등 슈퍼컴퓨터를 통해 국가적, 혹은 글로벌 현안을 타개하기 위한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AMD코리아 박용진 사장은 “AMD는 슈퍼컴퓨터에서 검증된 기술력과 탁월한 경제성으로 보다 많은 국가와 기관들이 슈퍼컴퓨터를 도입해 연구와 기술개발은 물론, 전 인류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를 풀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환 기자 shulee@ebuz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