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PCB업체들이 고급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PCB업체들의 도우미로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 굴지 PCB업계 맏형 기업들이 지역 대학과 의기투합해 동종업종의 중소기업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직무 교육을 무상으로 실시한 것. 국내 최대 PCB 집적단지인 반월·시화 지역의 대형 PCB업체들은 지난 달 초부터 자사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주축으로 강사진을 구성, 신입사원 직무교육 여력이 없는 관내 중소 PCB업체들을 도와 ‘동반 성장’ 모델을 제시했다.
시화공단 소재 한국산업기술대에서 사흘간 야간 과정으로 진행된 이번 ‘PCB기업 신입사원 OJT(직무교육)’는 지난 7월 출범한 ‘경기도 PCB IICC’ 회장 김형근 엑큐리스 부사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경기도가 구축한 관내 PCB관련 산학연관 협의체인 ‘경기도 PCB IICC’에 속한 회원사 80여곳의 동반성장을 고민하던 김 부사장은 PCB 시장에서 중국·대만 등 해외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자 신입 엔지니어에 대한 직무교육을 통해 국내 기업의 기술수준을 상향평준화 해야 한다고 판단, 회원사 가운데 사내교육 경험이 풍부한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중소규모 회원사에 대한 직무교육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취지에 공감한 PCB 업계 맏형 격인 대덕전자, 코리아써키트 등 5개 중견기업들이 흔쾌히 CTO급 강사진을 지원했다. 또 이 지역 거점 산학협력 중심대학인 한국산업기술대는 첨단 장비와 교육시설을 제공, 김 회장의 아이디어가 결실을 맺었다.
중소 PCB업체들의 참여 열기 또한 뜨거웠다. 첫 교육생 모집 안내가 나가자 지역 중소기업들의 문의가 폭주, 접수시작 1주일 만에 무려 130명이 몰리는 성황을 이뤘다. 당초 30명 내외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던 주최 측은 부랴부랴 교육시간을 늘리고 부족한 교재를 추가로 인쇄하는 등 ‘작은 소동’을 겪었다. 호응이 높자 주최 측은 애초 1회로 잡았던 교육을 12월까지 3회로 연장했으며 내년에도 시행할 계획이다.
5명의 신입사원을 이번 직무교육에 참여시킨 반월공단 소재 호진플라텍 이덕행 상무는 “소규모 중소기업은 신입사원을 채용해도 별도의 비용을 들여 체계적인 교육을 수행하기 어렵다”면서 “PCB시장을 선도하는 경험 많은 중견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신입직원의 기술역량을 높여줘 기술개발과 품질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김형근 회장은 “국내 시장에서 PCB 업계는 수평 경쟁 또는 수직적인 벤더 관계지만 장기적으로는 상호 기술경쟁력을 높여야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회원사들 간에 형성된 것 같다”며 “강사진을 현직 CTO로 구성해 전문성을 높이고 별도 교재를 제작해 활용하는 등 단기 교육으로도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교육의 질을 높여 기업들의 호응이 높았다”고 전했다.
시흥=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