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벤처 육성하려면 고질적 문제 해결해야

 정부가 최근 대학벤처 지원에 적극 나선 가운데 초기 투자 난항과 수동적 기술이전전담조직(TLO) 등 대학 산학협력단 조직 내부의 한계들이 고질적 문제점으로 부각됐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 등 정부 부처가 내년에 대학벤처를 신성장동력으로 주목, 대학기술지주회사 지원 등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대학 내부 구조적 문제를 선결하기 전에는 기대 만큼의 성과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2일 서울대·한양대·경희대 등의 산학협력단과 대학기술지주회사들은 정부가 대학벤처 붐 조성에 나섰지만 초기 재정 부족과 소규모 TLO 조직, 사업화 마인드 부재 등으로 인해 대규모 지원이 자칫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학들은 우선 출범 2∼3년째를 맞는 각 대학 산학협력단이 수천억원대 연구비를 단순 관리하는 조직에 머물러 있고 산학협력단 내 TLO 역시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연구비 관리 조직이 40여명인데 비해 기술이전 등을 전담하는 TLO는 8명에 불과하다.

 김용근 서울대 산학협력단 지식재산관리본부 기술관리부장은 “컨설팅을 받아보면 TLO가 최소한 20명은 돼야 하지만 국립대는 TO를 늘리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며“궁극적으로 산학협력단이 독립조직화해 직접 수익 모델을 창출하고 R&D 투자도 직접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자회사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대학 기술지주회사들도 창업 초기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경희대기술지주(대표 정혜영)는 최근 초기 운영자금 부족으로 신규 자회사인 경희한방제약의 출범을 무기한 연기했다. 정혜영 경희대기술지주 대표는 “학교는 당장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기술지주에 현금을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며 “초창기 창업 단계인 대학기술지주가 민간 자금을 끌어쓰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성공적인 기술이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교수들의 비즈니스 마인드 부재도 넘어야 할 산이다.

 대학들은 대다수 교수들이 여전히 연구 성과물을 자신의 전유물로 인식해 우수한 성과물은 직접 기업을 설립해 수익화하고 산학협력단과는 담을 쌓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노정익 서울대 기술지주회사 대표는 “일부 교수들의 이같은 움직임이 학내 기술 발굴을 통해 학교가 수익을 얻고 교수 연구를 지원하는 선순환 시스템을 깬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일부 기술지주회사들은 수동적인 교수들의 마인드 전환을 위해 교수 입장을 반영한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 중이다. 이성균 한양대기술지주 대표는 “최근들어 한양대는 교수를 고객(customer)으로 응대한다”며 “비지니스 파트너로서 교수들의 요구를 가급적 100% 수용하고 협력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