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가 ‘소재산업발전대책’(이하 발전대책)을 확정 발표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발전대책을 더욱 구체화하고 실행으로 옮기기 위한 움직임이 정부는 물론이고 산업계 전반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반가운 일이다.
발전대책은 세계 최고 수준의 소재 개발과 소재산업 발전환경 개선 등을 목표로, 신기술 개발, 연구인력 확충, 해외시장 확대, 그리고 수급기업 간의 협력과 정부 지원 등 많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10대 핵심소재(WPM) 개발 계획’에 대한 업계 관심과 기대는 예상보다도 훨씬 뜨겁다. 녹색성장과 신성장동력 창출 차원에서 미래시장을 선점할 10대 WPM(World Premier Material)을 조기 개발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유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게 이 계획의 요지다.
정부는 이 계획을 ‘고유 브랜드 핵심소재 개발사업(WPM Program)’으로 명명하고, 2018년까지 무려 1조원의 재정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리고 기술개발에서부터 사업화까지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소재 아이템별로 기업형 사업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생각만 해도 근사한 일이다. 사실 지금까지 소재산업은 우리 경제의 규모나 위상과 비교했을 때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뒤떨어져 있는 분야였다. 경제 규모가 세계 12위(GDP 기준)에 이르고 있고, 자동차·전자·조선 등 여러 분야에서 이미 글로벌 시장의 중심국가가 됐는데도 소재산업만큼은 유독 ‘주변국’에 머물러 있었다. 핵심소재의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60% 수준이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비중도 철강, 석유화학 등 범용소재를 중심으로 겨우 3% 정도다.
더구나 ‘IT강국의 명예’가 무색하게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IT 분야 핵심소재 대부분을 일본에서 수입해서 쓰고 있다. 수출이 늘면 늘수록 대일 무역적자가 커지는 기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만 해도 대일 무역적자의 44%가 소재산업에서 발생했다.
소재는 부품 및 완제품을 구성하는 기초 핵심물질로서 모든 산업의 기반이다. 시장 규모도 2018년에는 10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만큼 어마어마하다. 결코 포기할 수도, 방관할 수도 없는 산업인 것이다. 정부가 소재산업 육성에 발벗고 나서는 이유도 이런 데 있다. 하지만 계획은 계획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소재업계만이 아니라 완제품 업체들까지도 부푼 기대를 갖게 한 이 계획이 과연 목표한대로 달성될 수 있는지 하는 것이다.
대답은 ‘예스’다. 이번 발전대책을 통해 정부와 업계, 지원기관 모두가 공통의 목표를 갖게 됐고, 이를 달성할 실천력을 갖춰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면밀한 계획과 의지가 뒷받침되고 있고, 업계도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도 이를 위해 글로벌 소재가 국내에서 나올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다. 모두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실천에 나서고 있어 이제야말로 소재산업의 위상도 크게 변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지금부터 ‘소재산업 르네상스’가 시작된다고 말하고 있다.
칭기즈칸이 말했다 “한두 사람이 꿈을 꾸면 꿈이지만, 모두가 같은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 우리의 소재산업도 그러할 것이다. 이미 소재산업은 소재업계의 일이 아니라 국가의 백년대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박장석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전자정보평가단장 jspark33@kei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