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이 새해 정보기술(IT) 예산을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줄이기로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위축됐던 올해에 이어 새해에도 은행권의 보수적인 IT 투자 기조를 유지하면서 관련 업계의 실적도 쉽게 호전되지 않을 전망이다.
22일 전자신문이 연간 IT 예산 2000억원 이상인 국민·기업·신한·우리·하나 5개 은행의 새해 IT 투자계획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총 IT 예산은 1조3050억원으로 2009년 1조4590억원에 비해 10%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은행이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2009년 IT 예산을 작년 대비 10∼20% 줄였던 것을 감안하면 새해에도 은행권의 IT 투자가 회복세로 돌아서지는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은행권 가운데 가장 큰 IT 투자 여력이 있는 국민은행은 내년 IT 예산을 올해 3800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 이사회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는 지난 2007∼2008년 매년 5000억원 이상의 IT 예산을 마련하던 것에 비하면 20% 이상 줄어든 수준이다. 그나마 지난 수년간 수천억원을 투입한 차세대시스템사업이 새해 초 완료되는 상황에서 전년 수준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하나은행은 새해 IT 예산이 2000억원으로 올해에 비해 1000억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지난 상반기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마무리지음에 따라 새해에는 대규모 투자 없이 자본시장법 대응과 기기 증설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 밖에 신한은행도 IT 예산이 10% 넘게 감소할 전망이다.
5개 은행 가운데 기업은행은 IT 예산을 늘릴 방침이다. 기업은행은 대외계 시스템 재구축 및 서버 통합사업 등을 위해 새해 IT 예산을 6% 늘어난 2500억원대로 잡았다. 우리은행은 데이터센터 이전 및 차세대 카드시스템 구축 등을 위해 새해 IT 예산을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KRG의 강영구 연구원은 “은행이 대규모 차세대사업보다는 리스크 관리 등에 주력하면서 새해에도 IT 투자가 금융위기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기는 힘들 전망”이라며 “다만 물밑 작업 중인 금융사 간 인수합병(M&A)이 빨리 마무리된다면 새로운 투자기회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국민·기업·신한·우리·하나 5개 은행, 10%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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