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데시(Black Desi·사진 오른쪽)’로 자신을 소개한 흑인 남성이 동료와 함께 얼굴추적 기능을 가진 HP 노트북의 웹캠이 흑인은 추적하지 못하는 점을 실험해 유튜브에 올렸다. 사진은 관련 동영상 캡처.](https://img.etnews.com/photonews/0912/091223020953_1325549828_b.jpg)
세계 최대 PC 제조사인 HP가 때아닌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HP의 신형 노트북PC에 탑재된 웹캠용 얼굴추적(Facial-Tracking) 소프트웨어가 흑인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종차별’ 공방에 빠졌다고 CNN, PC월드 등이 23일 전했다.
문제 제기는 유튜브에서 시작됐다. ‘블랙 데시(Black Desi)’로 자신을 소개한 한 흑인 남성은 HP의 얼굴추적 소프트웨어가 자신의 얼굴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함께 일하는 백인 동료와 비교실험을 한 내용을 담은 이 동영상에는 백인 동료가 움직일 때는 자동초점은 물론 상하좌우로 움직임을 따라가던 카메라가 흑인 남성의 움직임은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
동영상에서 블랙 데시는 “내 까만 피부가 웹캠 프레임 안에 들어가자 움직임이 멈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HP 컴퓨터가 인종을 차별한다”며 “HP 웹캠이 니그로(흑인을 낮춰 부르는 말)는 선택하지 않는다”고 풍자했다. 이 동영상은 지난 주말 유튜브에 올려진 이후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이날까지 47만페이지뷰를 기록하며 ‘많이 본 동영상’ 순위에 올랐다.
동영상을 재증명하는 다른 실험 동영상도 계속 올라오고 있다. 권위 있는 미국 소비자전문지 컨슈머리포트도 비슷한 실험을 하고 관련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컨슈머리포트는 동영상에서 “백인과 동일한 빛을 줬을 때 흑인의 얼굴을 추적하지 못했지만 빛을 좀 더 비추니 프로그램이 작동하기 시작했다”며 “빛에 매우 민감한 프로그램”이라고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HP도 진화에 나섰다. HP는 자사 블로그를 통해 웹캠 프로그램의 기술적 결함을 인정했다. HP는 얼굴추적 프로그램에 사용된 기술이 눈과 볼, 코의 서로 다른 높이를 통해 얼굴을 추적하는 식이라고 설명하며 “하지만 얼굴을 정면으로 비추는 빛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프로그램이 차이점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결함을 시인했다. HP는 협력사 등 내부 조사를 통해 원인을 확실히 밝혀내는 한편 프로그램 보완에 나설 계획이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