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 산기협 비리 적발

 기업부설연구소 조세 지원 등을 위한 인정업무를 수행하는 산업기술진흥협회가 무분별한 연구소 인정 및 부실한 사후관리로 국고를 낭비하고 협회비 사적 집행, 직원 채용 비리 등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위원장 이재오)는 최근 산기협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이 같은 문제점이 나타나 제도 개선을 감독 기관인 교육과학기술부에 권고했다고 23일 밝혔다.

 권익위에 따르면 산기협은 기업부설연구소 인정을 위해 현지 확인이 필요한데도 부당하게 담당자 임의로 인정서를 발급한 사례가 75%에 이른다. 기업부설연구소로 인정받으면 정부로부터 조세 감면을 받게 되며 지난 2007년 이 제도를 통해 감면된 조세액만 1조원 규모다.

 또 부실연구소에 부당 병역특례 지정이 없도록 수시 확인해 병무청에 통보해야 하지만 사실상 묵인·방치하고 특히 병무청 실태조사 결과 고발 등 조치된 연구소마저도 인정취소 등 관리에 무관심해왔다고 권익위는 설명했다.

 협회 내부의 모럴 해저드도 심각한 수준이다. 협회, 임원사 및 일부 회원만 참석하는 세미나·계층별 모임·임원사 간친회 등 명목의 행사 비용으로 1회 수억원의 회비를 낭비해온 사실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또 CTO클럽 등 계층별 모임을 빌미로 7년간 21억원의 회비를 별도로 회원사들로부터 징수했으며 해외 벤치마킹을 빌미로 회원사들로부터 회비를 5년간 21억원을 징수하고 지출하고 남은 차액 10억여원은 협회 이익으로 유용한 것도 적발됐다. 남촌CC·레이크힐CC 등 고가의 골프회원권(공시지가 40억)을 구입, 회원사는 이용하지 못하고 일부 대기업과 협회 임원만 이용했다.

 특정 임원과 친분이 있는 인사에게 주식을 매각해 배임으로 22억원, 2007년 펀드투자 손실로 약 3억원 평가손실을 초래하고 회원사에게 지원 또는 활용돼야 할 유동성 유휴자금이 200억원 정기예금 등으로 방치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 밖에 특정 인사의 청탁을 받아 고졸임에도 대학 졸업자로 허위 기재토록하고, 상무이사가 채용을 지시한 점도 총리실 조사결과 나타났다고 권익위는 덧붙였다.

 권익위는 감독기관인 교과부에 △산기협의 기업부설연구소 인정업무를 폐지 또는 책임성 있는 공공기관에서 직접 운영하는 방안 마련 △기업부설연구소 인정기업에 대해 회비 징수 제한 등의 개선방향을 제시하고 감독기능 강화, 정부예산 집행기준에 준하는 예산집행지침 적용을 권고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