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테마가 연말 증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23일 증시는 한전기술, 모건코리아가 일제히 상한가를 치면서 원자력 발전 테마의 세를 과시했다. 한전기술은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4만7750원으로 마감했다. 상장 8일 만에 공모가(2만1600원)를 2배 넘게 폭등하면서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였다. 모건코리아도 이틀 연속 상한가 행진에 6000원으로 마감했다.
전일 아랍에미레이트(UAE) 원전 수주 기대감이 퍼지며 12%나 오른 두산중공업도 7만300원으로 상승세를 이어갔고, 원전 관련 부품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엔에스브이는 8.52% 급등한 79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투자자 관심은 지금이라도 상승 테마에 올라탈지에 몰린다. 정부의 원전기술 육성·수출 의지와 맞물려 “이번엔 다르다”는 기대가 있는가 하면 가시적인 성과를 보고 투자하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원전 테마의 돌풍은 이명박 대통령의 21일 발언에서 시작됐다. 지식경제부가 청와대 새해 업무보고에서 원전 등 수출잠재력이 높은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원전기술 자립화 목표를 당초 목표보다 몇 년 더 앞당기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일제히 테마주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30년만에 원자력 발전 기술이 해외로 나갈 것이란 기대가 큰 몫을 했다.
장기적으로 기후변화·녹색성장 추세와 맞물려 원자력 발전 시장이 성장할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원전 테마주를 이끈 것은 막연한 ‘기대감’이라고 입을 모았다.
단적으로 두산중공업 시가총액은 20일 6조5600억원 수준에서 하루 만에 7조3600억원으로 뛰어올랐다. 두산중공업이 수주에 성공하면 원전 1개에 2조원 정도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 또한 4∼5년에 걸쳐 발생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시총이 1조원 가까이 불어 날 호재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수주 여부는 물론 구체적인 계약 시기·규모도 정해진 바가 없다.
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원은 “첫 원전 수출이 향후 다른 수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기대감을 가질 만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향후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은 기대감이 많이 반영됐다”며 “테마가 엉뚱한 업체로 까지 확산될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최원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UAE 원전 수주 기대로 시장이 들썩이고 있지만 현재 뜬 종목들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다”며 “원자력 발전 시장이 커질 때 장기적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종목을 고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