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23일 산업기술진흥협회(이하 산기협)의 비리실태를 공개하고, 교과부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권익위가 공개한 비리 내용이 사실이라면 산기협은 그야말로 ‘비리의 온상’ 그 자체다. 기업부설연구소를 인정하기 위해 현지 확인을 하지 않고 담당자 임의로 인정서를 발급한 사례가 75%에 이른다. 회원사로부터 특수 목적을 위해 회비를 징수하고 여기에서 남은 돈을 협회 이익으로 돌린 점은 충격적이다. 졸업증명서 허위기재를 통한 채용, 행사 비용을 낭비한 사실 등도 용서받기 어렵다. 조세감면을 통해 기업 연구개발 의욕을 확산하려는 정부의 정책 취지와도 정면으로 어긋나는 행위다.
산기협은 기업연구소 설립·운영과 산업계 기술개발 활동을 적극 지원해 기술혁신을 통한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취지에서 1979년 설립한 기업연구소 종합지원기관이다. 그간 신기술인증(NET)제도, IR52장영실상, 이달의 엔지니어상, 테크노 CEO상 등 각종 시상제도를 운영하면서 기업의 기술협력사업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이번 권익위 발표로 인해 산기협은 조직 자체의 정당성은 물론이고 수많은 기업연구소 회원들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국민소득 3만달러를 연구개발을 통해서 견인하겠다던 계획과는 달리 기업연구소 인정업무를 통해 수익사업에만 매달린 협회가 됐다. 현재로서 협회는 인정업무 박탈 또는 그 역할이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영문 로고 ‘KOITA’는 ‘산업계의 기술 혁신과 개발을 지원하며, 기술경영을 선도하고 확산시키려는 이념’을 상징한 ‘홀씨’ 형태로 상징화돼 있다고 한다. 이 형상은 산업기술진흥과 회원사에 대한 지원과 서비스가 처음에서 끝까지 모든 것이 ‘KOITA’ 에서 완성된다는 의미를 표현한다. 교과부와 협회 관계자는 산기협의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과연 연구개발 풍토 조성을 위한 홀씨였는지, 아니면 협회만의 돈벌이를 위한 홀씨였는지를 냉혹하게 들여다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