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택시만 타도 호강한다. 평생 한 번 타볼까 말까 한 벤츠나 BMW 등 이른바 명차가 택시 푯말을 단 채 줄지어 늘어선 모습은 가히 기경이다. 물론 비싼 대가를 치르고 타야 하지만 이왕 타는 거 충분히 기분내볼 만하다.
독일은 화석연료를 사용한 교통수단의 발달로 1950∼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경제성장의 황금기를 거치면서 고속성장을 이루지만 환경오염이라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하지만 독일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은 유럽연합(EU) 회원국들 중에서도 가장 능동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989년 환경세를 도입했고 이산화탄소 감축 건물 개축 프로그램(2001년)과 재생가능에너지 이용 촉진을 위한 법·규정 운용(재생에너지법·재생에너지난방법), 기타 에너지 절감·효율 향상을 위한 제도적 장치 등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왔다.
최근에는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 태양열 발전소를 건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기술센터 설립을 추진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선두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해외 의존도를 줄여라=독일은 자원이 넉넉지 않음에도 전체 1차 에너지의 약 75%만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차츰 늘어가고 있는 해외 의존도를 줄여나간다는 게 독일 정부의 목표다.
2008년 기준으로 1차 에너지 소비 비중 가운데 재생에너지가 7.3%에 달하며 원자력은 11.5%에 불과하다.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보면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9.7%며 총전력소비량에서는 14.8%다.
2008년 재생에너지원 중 풍력으로 생산된 전력은 404억㎾h로 독일 총전력 소비량의 6.6%를 담당하며 재생에너지원 중 선두를 차지했다.
독일 에너지정책은 △에너지 이용의 경제성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 △에너지의 환경친화적 이용이라는 3대 목표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이와 관련, 에너지 공급 및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차원의 종합적인 대응책 마련을 위해 2007년 6월 ‘통합 에너지·기후변화 패키지’를 수립했다. 에너지 기업과 경제계·노조 및 기타 관련인사 등이 참여한 국가 에너지 정상회담을 세 차례 개최해 합의된 사항을 바탕으로 마련했다.
독일 정부의 이 같은 노력으로 2008년 한 해 동안 재생에너지를 통해 감축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총 1억1200만톤 규모다. 발생한 매출액은 약 287억유로(약 48조5000억원)에 달하며 재생에너지 산업 분야 일자리 수는 2007년 25만개에서 2008년 28만개로 늘어났다. 바이오에너지가 9만5000개로 가장 많고 풍력에너지(8만5000개), 태양에너지(7만4000개) 순이다.
2008년 태양광·풍력·바이오 에너지 및 지열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력량은 2007년 대비 46억㎾h가 늘어난 914억㎾h로 전체 전력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4.8%다. 2008년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력 중 78%인 약 710억㎾h가 재생에너지법(EEG)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받았다.
독일 정부는 2020년까지 전력공급량의 최소 3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2030년까지 전력공급량 중 재생에너지 비율을 최소 50%까지 확대한다는 시나리오를 연초에 발표하기도 했다.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독일 정부는 에너지 수요의 해외의존도를 낮추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독일의 재생에너지는 크게 전력생산과 난방에 쓰이며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대표적인 게 재생에너지법(EEG:Erneuerbare-Energie-Gesetz)이다. 이는 재생가능에너지를 활용한 전력생산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 기존 ‘재생에너지 구입에 관한 법’을 대체하는 법으로 2000년 제정됐다.
전력회사는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기를 재생에너지법에 규정된 가격으로 의무 구입해야 한다. 구입 가격은 일반 시장가격보다는 높게 책정되지만 재생에너지원별 및 시설규모에 따라 다르다. 이에 따라 소규모 영세 전기생산자는 전력공급 대기업과 별도의 판매 계약을 체결할 필요 없이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재생에너지법에 규정된 가격은 전력생산을 시작한 시점부터 20년 동안 보장된다. 우리나라의 발전차액지원제도와 유사한 개념이다. 이 가격은 매년 5%씩 줄어드는데, 조기 설비 투자를 유도하는 한편, 자체 기술개발을 통해 전력생산비용을 낮추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기존 생산자가 매년 더 적은 금액을 받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정 사업자가 재생에너지를 통해 2008년부터 전력을 생산하고 EEG법에 따라 1㎾h당 10센트로 판매하고 있다면 이 금액은 20년 동안 유효하다. 대신 새로운 사업자가 2009년부터 전력을 생산할 경우 ㎾h당 9.5센트의 금액으로 20년간 판매한다는 의미다. 물론 전력회사는 재생에너지법에 의해 높은 가격에 구입한 데에 따른 비용을 전체 일반 전력소비자에게 전가한다. 결국 소비자 부담이다.
독일 연방 재생에너지협회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법을 통해 2008년 지원된 보조금은 약 32억유로(약 5조4000억원)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통해 절감된 170억유로(약 28조7250억원)에 비해 적은 규모다.
현재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방법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에너지 종류별로 구매가격을 조정한 개정안을 지난 1월부터 시행 중이다. 이 개정안은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생산비율을 2020년까지 30% 이상으로 증가시키는 게 목표다. 이는 연방환경부가 재생에너지종류별로 재생에너지법에 의한 정책지원효과를 따져본 결과, 에너지원별 이익이 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풍력은 순편익이 높게 나타난 반면에 태양에너지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풍력과 지열·바이오가스 등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구매가를 상향 조정했다. 정책지원에 따른 순편익이 적게 나타난 태양광발전에 대해서는 구매금액을 10% 정도 줄였다.
재생에너지로 난방을 하는 경우엔 재생에너지난방법(EWG:Erneuerbare-Energie-Waermegesetz)에 적용을 받는다. 난방 부문에서는 EEG법에 상응하는 정책적 지원을 규정한 법이 없어 보급을 늘리기 위해 만들었다. 2008년 현재 7.7%인 재생에너지에 의한 난방비율을 2020년까지 14%로 증가시키는 게 목표다.
2008년 12월 31일 이후 완공된 신규 건물은 일정 부분 반드시 재생에너지에 의한 난방시설을 갖춰야 하며 기존 주택의 경우 연방경제수출통제청(BAFA)을 통해 보조금을 받거나 KfW-지원은행에서 저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독일)=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