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들이 다하는 주식도 한번 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 경상도 사투리로 라디오 경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람이 있다. ‘시골 의사 박경철’이다. 그의 이야기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복잡하기만 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경제 개념이 그의 입에서 나올 때는 그냥 옛날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왜일까. 그에게는 어떤 재주가 있는 것일까. 그것이 단지 그의 구수한 말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미 그는 여러 권의 경제·투자 관련 책을 써냈을 정도로 이른바 ‘경제 전문가’로 불린다. 하지만 수많은 다른 경제 전문가들의 설명보다 그의 이야기가 쉽고, 명확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그가 현직 의사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전혀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까지 그는 의학을 공부하던 방식대로 경제 분야를 이해했을 것이고, 이로써 자기만의 방식과 언어로 새로운 분야를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들였을 것이다. 다시 말해 지식의 변환(컨버전)을 이룬 것이다. 서로 다른 영역을 하나의 원리로 엮음으로써 지식의 융합을 만든 것이다.
세상이 점점 더 발달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컨버전과 컨버전스는 이 시대의 키워드가 되고 있다. 의사가 경제 전문가가 되고 야구선수가 로커로 변신하기도 하며, 씨름선수가 대한민국 최고의 MC가 되기도 한다. 전화로 영상통화는 물론이고 e메일도 확인할 수 있고 식사하면서 영화도 관람한다. 영역 간 경계가 무너지고 새로운 산업과 에너지가 생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하이브리드형 인간, T자형 인재, 멀티플레이어, 만능 엔터테이너들이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G밸리는 제조공장의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하고 IT 및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 산업 중심지로 변모했다. 컨버전에 성공한 것이다. 이제는 G밸리 안에 위치한 교육기관과 공공서비스 기관, 벤처기업, 금융기관 등이 협력모델을 통해 진정한 디지털 컨버전스, 서비스의 컨버전스를 만들 때다. 그런 노력은 G밸리를 구성하는 주최들의 화학적인 융합을 이끌어내 대한민국 디지털 산업의 진정한 메카로 거듭나기 위한 에너지가 될 것이다.
송경호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주임연구원 khsong@k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