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 PLC 전문가 좌담회
◆참석자
박용우 KEPCO(한국전력) 전력IT추진처 PLC사업팀장
박지식 한국산업기술대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
이석주 젤라인 개발이사
이재조 한국전기연구원 전기정보망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사회=송양회 기술표준원 정보통신표준과장
우리나라가 지난 7월 ISO·IEC 국제표준에 등재시킨 고속 전력선통신(PLC) 기술이 스마트그리드 확산과 함께 전세계적인 주목을 끌고 있다. 고속 PLC기술은 별도의 통신선을 설치하지 않고 기존의 전력선을 이용해 장비 제어와 기기간 통신을 통해 지능형 전력관리 시스템, 전기차 충전, 양방향 통신 등과 같은 다양한 전력IT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통신기술이다. 특히 미국 오바마 정부는 전력망 선진화를 기치로 내걸면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07년부터 스마트그리드에 범정부적 드라이브를 걸면서 에너지부(DOE)에 정기적으로 진행 상황을 보고토록하고 별도 코디네이터를 지정, 전력연구소나 연구개발(R&D)기관을 총괄지휘토록 하고 있다. PLC 기술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우리 정부도 제주도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활용 정책을 펼칠 전망이어서 산·학·연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 우리는 국제표준을 선도한 만큼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앞으로의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있는 국가적 전략과 비전이 필요해졌다. 이에 고속 PLC 관련 전문가들을 초청해 긴급 토론회를 열고 새해 산업 활성화 방안을 짚어봤다.
△사회(송양회 기술표준원 과장)=최근 우리나라는 고속 전력선 통신분야에서 우리기술을 국제표준으로 관철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대한 의의와 영향을 점검해봤으면 한다.
△박지식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이하 박지식)=표준화 채택의 과정을 말하면 국가간 총성없는 전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지난 2001년 11월 세계 최초로 전력선 통신 모뎀을 개발한 이후 지난 2005년 우리 기술을 기반으로 PHY/MAC 표준화를 시도했다. 이는 미국 보다 몇개월 빠른 표준화 시도 였고 이 것이 참여 전문가들에게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된 것으로 판단한다.
당시에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통신 칩 기술 표준화 활동이라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지난 2006년 7월 체코프라하회의에서 국제표준으로 추진하고자 할 당시에는 벨기에, 미국 등 선진국의 반대가 심했다. 국익이 걸려 있는 만큼 표준화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계산이 밑바탕에 깔린 것이다. 다행히 2008년 2월에 재도전해 지난 7월 70%가 넘는 찬성을 이끌어내며 국제 표준화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이재조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이하 이재조)=지난 4월 각국의 반대를 해소하기 위해 투표결정(BRM) 회의를 했는데 독일 등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지만 일본과의 협조를 통해 이뤄낸 점은 큰 성과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석주 젤라인 이사(이하 이석주)=앞선 기술력도 고속 PLC 통신 표준화에 큰 기여를 했다.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우리 PLC 기술은 2∼24㎒의 고속 주파수를 사용한 PLC 물리계층과 매체 접근 제어 계층 통신프로토콜이다. 반송파감지다중접속·충동회피 기술을 PLC에 적용해 전력선에서 안정적인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도록 했고 전력선상 시가과 계절에 따라 발생하는 노이즈 변화를 스마트 중계기 기술을 이용해 극복했다. 또 디스크리트 멀티톤을 적용해 통신장애를 유발하는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최적의 속도로 통신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박용우 한국전력 PLC 사업팀장(이하 박용우)=고속 PLC의 국제 표준화 채택으로 업계도 큰 힘을 얻게됐다.
PLC 기술이 적용될 세계 스마트 그리드는 2012년 54조원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분야별로는 원격검침을 통한 스마트 그리드 분야가 12조원, 홈네트워크 시장이 22조원, 인터넷 및 전화시장이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이 분야에서 우리가 국제 표준을 선도한 만큼 해외시장확대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한다.
△사회=이제 고속 PLC 표준화의 의미와 영향을 점검해 봤으니 앞으로 이를 어떻게 적용하고 확산시킬지를 준비해야 한다. 이에 관해 논의해 보자.
△박지식=고속 PLC 기술의 응용 분야는 다양하다, 이번 국제 표준으로 체택된 ISO/IEC 12139-1 고속 PLC 기술은 통신속도가 24메가 수준으로 단순 제어용 통신 속도를 포함해 데이터 네트워크용으로 적합하게 설계됐다. 복잡성이 배제된 기술이기 때문에 소비전력이 작은 분야에 매우 적합하다. 또 가입자 망이나 영상감시 망, 홈네트워크 뿐 아니라 전력망측정(AMI)과 전기자동차용 충전제어시스템의 통신 수단으로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지그비 등 무선 솔루션과 융합될 경우 통신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박용우=그동안 KEPCO가 시범사업을 통해 검증해 본 결과 고속 PLC기술은 변압기가 설치된 전주로부터 에너지소비자 가정까지의 스마트그리드로 손색이 없다. 별도의 통신선 설치가 없다는 점에서 스마트 그리드를 구현하는데 최적의 통신방식이라 할 수 있다. KEPCO의 스마트그리드사업에 대하여 몇 가지 더 말하자면 우리나라 스마트그리드는 현재의 전력산업구조에 적합한 한국형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KEPCO는 서울과 제주지역의 약 6만 가구 대상의 전국적인 원격검침과 전기·수도·가스 통합검침 등을 실시해 우리의 고속 PLC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또 KEPCO는 스마트그리드 핵심기술 확보와 글로벌 표준화 선도를 위해 세계적 수준의 전력망과 IT를 활용한 기술 집약형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할 예정이다. 더 나아가 사우디아라비아 등 많은 개발도상국가가 PLC 기술에 관심을 기울여 세계 시장 전망도 밝다.
△이석주=젤라인도 기술 발전과 속도에 맞춰 칩의 업그레이드와 용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PLC 칩이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해 수요가 늘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에 대비해 처리 속도와 용량을 보강한 칩을 내년에 출시할 계획이다.
△사회=고속 PLC 기술이 향후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표준화를 지속적으로 주도하기 위해선 무엇을 준비하고 보강해야 하나.
△이재조 책임연구원=전기연구원은 표준과 함께 적합성 시험장비를 추진해 시장 선도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국전기연구원 주도로 고속전력선통신 모뎀에 대한 적합성시험을 위한 표준시험 장비를 개발 중입니다. 적합성시험이란 제품이 규격에 맞게 구현되었는지를 검증하는 시험인데 시험항목으로는 PHY/MAC 규정준수시험, 전자파적합성 시험, 전기안전 시험, 상호운용성 시험 등이 있다. 한국전기연구원은 올해 말까지 적합성시험 장비를 개발하고, 전력선통신 모뎀에 대한 KOLAS 시험인증기관으로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제품에 대한 적합성시험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박용우=PLC 활성화를 위해 통신 주파수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행 통신법에 의하면 수도, 가스, 열 등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통합검침은 불법이다. 이는 기술개발을 막는 제도적 걸림돌이자 자원낭비다. 통합검침을 통해 자원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박지식=국제 표준간 상호 호환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세계 표준으로 4개가 마련돼 있지만 통신간 호환을 위해선 새로운 규약을 만들어야 한다. 또 미국이 주도하는 IEEE P1901이 최근 스마트그리드용으로 채택되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면서 표준화 일정을 당기려는 움직임이 있어 이에 대비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가 추진하는 표준은 2009년 7월 1일 발간돼 시기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러한 기회 선점의 이점을 살려서 ITU-T, IEEE, 표준들과 동시에 사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상호간섭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사회=표준 제정은 새로운 출발이다. 표준이 정해졌다고 바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도 표준 주도와 제도 개선을 통해 시장 선도에 앞장서겠지만 업계와 학계도 같은 노력을 경주해주길 바란다.
정리=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