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과 선진국을 대표하는 전 세계 20개국 수장이 오는 11월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목표로 머리를 맞대기 위해 대한민국으로 집결한다. 바로 한국이 선진국 중심으로 구성된 G8을 대체할 G20 정상회의를 아시아 국가중 처음으로 개최하기 때문이다. 신흥 국가로서도 처음있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한국 외교사의 큰 획을 긋는 사건으로 한국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 우리의 매력(soft)을 증대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는 연초부터 G20정상회의에 대비해 구체적인 의제를 설정하고, 전 세계 관료·전문가 그룹과 연대해 실질적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치밀한 사전작업을 해야 한다. 한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한국의 정보기술(IT)이다. 때문에 G20은 우리가 IT대항해 시대에 닻을 올릴 선착장이며 목적지를 향해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미풍이다. G20 사전 준비부터 G20 이후의 ‘포스트 G20’까지 고려하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이달 IT관련 부처와 단체가 총망라하는 G20 IT추진단도 꾸려진다.
◇G20은 국가 최고 협의체로 격상=올해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제 3차 G20 정상회의는 ‘강력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 체제’라는 전세계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목적으로 2011년부터 G20 정상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이 회의는 기존 G8을 대체해 국가간 최고 협의체로 격상된다.
때문에 한국은 내년에 G20 주최국으로써 G8 대신 G20이 이 같은 세계인의 믿음이 옳음을 증명해야 한다. 국가간 이해기반을 조정하고,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아젠다를 세워야 한다.
실제로 한국이 G20을 개최하는 11월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2년째 되는 시기로 각 국이 출구전략을 본격적으로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 수도 있다. 이에 서로 다른 환경에 처한 20개 국가가 각자 이해관계로 첨예하게 대립해 의미 있는 성과물을 산출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기후협약문제, 전세계적인 공동출구전략 마련, 선진국과 후진국간의 공동이익 실현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전 지구적 이익을 창출해 G20의 의미를 새롭게 설정하고 한국의 리더십도 고양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시의적절한 의제 설정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2010년 G20의 의장국임과 동시에 G20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G20이 선진국과 신흥국의 공조를 통해 상호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보다 효율적인 협의체임을 증명해야 한다”며 “녹색성장, 기후변화, 개도국으로의 기술이전 확대 등과 같은 미래지향적이면서도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의제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진국과
오해석 IT특보는 “세계 주요 정상회의에서 우리만의 구체적인 아젠다를 제시해 여타 아시아 국가와 차별화된다는 점을 부각해야 한다”면서 “한국이 앞서 있는 정보기술(IT)을 글로벌 의제로 채택해 전 지구인의 화두인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대안임을 알리면 경제적 효과 뿐 아니라 세계적 질서에 우리도 보다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를 하나로 묶을 IT, 리더십 확보 절호의 찬스= 전 세계인의 화두인 지속가능한 성장과 신흥국과 선진국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대안으로 IT가 떠오르고 있다.
녹색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그린 IT가 대표적 사례다. 다국적 IT업체인 시만텍이 올해 전 세계 1052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들의 그린 IT 준비도를 조사를 한 결과 응답 업체 중 97%가 그린 IT 전략을 논의했으며 그 중 45%가 그린 IT 전략을 실행 중이거나 완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은 ‘Green(녹색산업) is Green(달러)’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 그린 IT를 선도적으로 실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능형 전력망(스마트 그리드)이다. 제주도에 구축중인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는 스마트 그리드 테스트 베드로 떠오름에 따라 전 세계인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또 녹색도시를 지향하는 송도나, 한국의 역동적인 경제발전을 상징하는 서울도 매력덩어리다. 개도국에게는 전쟁국가에서 OECD국가 대열로, IT강국으로 올라선 한국은 가장 부러운 국가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주변 상황도 나쁘지 않다. 한국은 G8 등을 포함 17개국과 기후변화 주요국 포럼(MEF)을 선도하고 있으며 에너지 절감을 이끌 10대 전환적 기술 중 하나인 스마트그리드 선도국가로 지정됐다. 새해에는 ‘세계 스마트그리드 포럼(World Smart GRID FORUM)’을 열어 관련 기술 국제 표준화를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IT 알릴 수 있는 기회 돼야=G20에 소개할 한국 IT 기술을 선정중인 가운데 관련 부처는 행사장 주변에 박람회를 준비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1월이면 범정부 차원의 IT지원단이 본격 가동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한국이 세계 최초로 시연에 성공한 ‘모바일 IPTV’로 G20을 생중계하며 3차원(D) 디지털방송을 시연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한편, 지난 7.7 분산서비스거부 대란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의 정보보호 기술과 보안체계 구축의 중요성을 전 세계 정상에 게 알린다는 목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우리의 히트상품인 ‘e러닝’을 G20 국가 홍보 어젠다로 설정했다. 우리 e러닝은 지난 2007년 35개국과 경쟁해 제1회 유네스코 교육정보화상을 수상할 정도로 명성이 높다. 행안부는 해외에 이미 활발하게 수출하고 있는 전자정부를 알린다는 목표로 이를 통해 국내 IT서비스업체와 SW업체들의 세계진출을 타진한다.
김희정 인터넷진흥원 원장은 “G20 뿐만 아니라 G20에 포함되지 않은 개도국과 신흥국에도 한국이 G20을 개최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온라인상에 왜곡된 한국 정보도 개선하는 등 홍보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면서 “G20이 열리는 동안에는 ‘미래 체험존’과 같은 박람회로 우리 기술의 우수성을 알려 행사 이후 한국 IT가 해외에 수출되는 실질적 성과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