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신년특집] IT강국 일본이 재무장한다](https://img.etnews.com/photonews/0912/091231113214_1760691495_b.jpg)
지난 2008년 세계 경제포럼은 각국 IT분야 경쟁력을 비교한 국제 랭킹 세계 IT리포트를 발표했다. 이 리포트는 한국을 9위에, 일본을 14위에 올렸다. 스스로 IT 강대국이라 믿고 있던 일본 열도는 충격에 휩싸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주지역 전자제품 양판점인 ‘베스트바이’에는 일제 컬러TV들이 경쟁적으로 진열되어 있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삼성, LG가 톱 브랜드 반열에 올라서고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제품이 뒤를 잇는다. 과거 소니의 독무대였던 휴대형 MP3플레이어 자리는 애플의 아이팟(ipod)이 자리해 있다.
일본은 과거 IT대국이었던 영광을 되찾으려 노력 중이다.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시장을 선점할 준비를 끝냈다.
소니와 파나소닉은 미래 전략으로 3D에 사활을 걸었다. 2009년 LCD TV 등 프리미엄 가전에서조차 삼성과 LG에 완전히 밀린 일본의 두 ‘거성’이 전세를 뒤집으려 꺼내든 카드가 바로 3D 기술. 두 업체는 이를 발판으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소니는 가장 적극적으로 ‘3D 띄우기’에 뛰어들었다. 작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09’에서 소니는 전시관 전체를 3D 입체영상으로 채웠다. 하워드 스트링어 소니 회장은 “2010년부터 영화·스포츠·게임 등 3D 콘텐츠와 TV·블루레이·홈시어터·PC·게임기 등 하드웨어 제품을 연계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자신했다. TV 분야에서 삼성과 LG에 세계 1, 2위를 연거푸 내주고 말았지만 3D라는 새로운 경기장에서는 우위에 서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자신감의 이유에는 소니가 보유한 막강한 콘텐츠가 큰 몫을 차지한다. 소니픽처스를 비롯한 각종 엔터테인먼트 자회사가 이미 3D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갖췄다. 소니픽처스가 제작한 3D 애니메이션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은 전미 흥행 1위를 기록했고, 남아공 월드컵에선 소니의 기술로 제작한 3D 영상이 전파를 탄다. 또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PS3)는 2011년이나 2012년에 업그레이드가 이뤄져 3D 동영상 시청이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스트링어 회장은 소니의 새 브랜드 메시지 ‘메이크 닷 빌리브(Make.Believe)’에 대해 “소니 직원들과 제품의 혁신적인 정신에 다시 불을 지피는 동시에 무수한 경쟁사들로부터 소니를 차별화하고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소니를 하나의 통합된 이미지로 각인시킬 것”이라 했는데 그 매개체가 바로 3D인 셈이다.
파나소닉도 당분간 3D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마쓰시타 전기에서 파나소닉으로 사명을 바꾸고 작년 6월에 처음 열린 주주총회에서 오츠보 후미오 사장은 “동일한 체질을 유지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면서 “파나소닉다운 상품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미래전략으로 “영화 제작사나 다른 전자회사와의 협의를 진행하면서 선두에 서 3D TV 보급에 임하겠다”고 언급했다.
소니에 비해 다소 뒤처져 있지만 파나소닉도 콘텐츠 확보를 통한 3D 분위기 띄우기에 적극적이다. 작년 개봉한 제임스 카메론의 감독 3D 영화 ‘아바타’는 파나소닉과 긴밀한 협조 속에서 제작됐다. ‘아바타’를 시작으로 20세기폭스와의 제휴는 지속될 전망이다.
물론 파나소닉은 “미래에는 가정에서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게 중요해진다”는 오츠보 사장의 말처럼 태양전지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파나소닉은 “현재 태양광 발전 생산 능력이 없다”고 밝힌 상태다. 산요전기와의 협력 관계가 어떤 방식으로 풀리는지에 따라 집중도가 결정되는 만큼 당분간은 TV 생산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