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동결이 유력시 되던 일본의 내년도 차세대 슈퍼컴퓨터 사업예산이 올해 대비 37억엔 증액된 227억엔(약 2900억원)으로 확정했다. 대폭의 예산 감축이 요구되던 이화학연구소의 대형 방사광 시설 구축 ‘스프링8’ 사업에 대해서도 99억엔(약 1265억원)이 배정됐다.
내년 일본의 예산 편성은 하토야마 정권의 집권 이후 첫 예산 편성으로, 예산 감축을 위해 구체 사업별로 예산을 정밀 진단하는 ‘사업구분’ 방식이 처음 적용되며 여러 진통도 있었지만 차세대 과학기술 육성과 관련한 슈퍼컴퓨터와 스프링8 예산은 살아남아 과학입국의 불씨를 살렸다.
내년도 예산을 정밀 진단해 온 일본 행정쇄신회의는 당초 요구보다 41억엔 적은 227억엔을 차세대 슈퍼컴퓨터 사업에 배정했다. 이는 목표 금액보다는 줄어든 수치지만 올해 예산 190억엔보다는 37억엔이 늘어난 결과다.
내년도 차세대 슈퍼컴퓨터 사업관련 예산은 수개월 전만해도 올해 수준에서 동결되는 것처럼 보였다. 재정적자를 우려한 하토야마 정권이 긴축 방침을 밝히면서 최대한 배려할 경우에도 동결을 넘지 않을 것으로 언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대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일제히 반발하며 정부에 재검토를 촉구했고, 간 나오토 부총리겸 국가 전략 담당상과 가와바타 다쓰오 문부과학상 등이 이에 가세하면서 관련 예산은 증액으로 결정이 났다.
차세대 슈퍼컴퓨터 사업 소관 부처인 문부과학성은 세계 최고 속도 구현을 목표로, 개발 일정을 1년 정도 앞당기겠다며 올해보다 78억엔 많은 268억엔의 예산을 요구했으나 이 부분은 반영되지 않았다. 반면 차세대 슈퍼컴퓨터와 전국 대학의 슈퍼컴퓨터 20대와 연동, 계산능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제안은 수용돼 정부의 동결 방침을 증액으로 바꿀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문부과학성은 “차세대 슈퍼컴퓨터 관련 예산 증액으로 초당 1경회 계산능력 확보 목표는 달성할 수 있게 됐다”며 개발일정 단축은 어렵게 됐지만 당초 예정대로 2012년 6월 가동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슈퍼컴퓨터 사업과 함께 스프링8 사업의 내년 예산이 안정적으로 확보된 것은 두 시설 모두 일본의 국력증강에 직결된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