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신년특집] 거대화되는 국가·기업-국가 연합 거시적 전략, 세계 시장 대권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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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중국 순방길에서 ‘G2(주요 2개국)’ 발언으로 화제에 올랐다.

 중국을 미국과 동일 선상에서 경제 강대국으로 인정한다는 의미와 함께 세계 시장을 분담해 운영하자는 뜻이 내포돼 있다는 것이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이 이미 거대화의 길을 걷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그러나 냉전시대에 세계를 양분했던 미국과 구소련의 전성시대는 다시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세계는 이미 ‘거대화 시대’에 돌입했다. 동일한 경제권, 문화권 국가들이 지역별로 연합을 형성해 거대 국가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세계가 단일 시장으로 변화한 지금, 폐쇄적인 국가 경영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 이미 세계는 특정 이해기반을 전제로 하는 거대국가들이 등장했다.

 가장 대표 모델은 지난 1993년 12개국으로 출발해 27개국으로 늘어난 유럽연합(EU)이다. 그 출발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인들은 민족주의·제국주의·파시즘·나치즘을 근본적으로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유럽통합운동’에서 시작됐다.

 EU와 비견되는 연합체로는 남미의 좌파 지도자들의 남미국가공동체(CSN:South American Community of Nations),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ASEAN,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등이 꼽힌다.

◇경제연합에서 정치연합으로=2009년 12월 1일. 유럽이 정치적으로 하나인 국가가 된 역사적인 날이다. 이날 EU 27개 회원국에서 비준을 마친 리스본 조약이 발효됐다.

 이달부터 반 롬푸이 EU 이사회 상임의장이 유럽의 단합과 조화에 기치를 내세우고 2년 반의 임기에 들어갔다. 단일 경제권을 목표로 출발했던 EU는 이제 회원국으로 나눠진 개별국가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통합된 거대한 하나의 국가가 된 것이다.

 통합국가 EU는 이제 국제기구에도 가입할 수 있게 됐으며 유럽 의회의 승인만 거치면 통상조약 등 다양한 국가적 협정 체결도 가능해졌다. 경제를 넘어 정치적으로 단일한 목소리를 낼 경우 국제사회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EU 결성에 노력한 회원국들의 취지가 이제 본격적으로 결성을 맺게 된 것으로 앞으로 연합국가는 미국과 중국으로 나눠진 양대 힘의 균형을 깨고 EU의 영향력을 계속 확대하는데 힘을 모을 예정이다.

◇연합체로 후진국 멍에 벗는다=남미 12개국도 지난 2006년 EU와 같은 정치·경제 공동체 결성을 목표로 연합체인 ‘남미국가공동체(CSN)’ 결성에 나섰다. 이들은 EU에 비해 짧은 시간 내에 공동체 결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에서 출발했다. 그동안 남미 국가는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 안데스협정 등 2개 공동체로 나뉘어 운영됐다. 메르코수르는 지난 2005년 12월부터 결합 과정에 있었으며 아르헨티나·브라질·파라과이·우루과이·베네수엘라를 포괄하는 경제 블록으로 지난 1991년 아순시온 협약에 의해 설립되고 운영되면서 지난 1999년부터 회원국간 무관세 지역 설정 등 구체적인 운영에 들어갔었다. 그러나 힘의 분산 탓으로 양 공동체는 제대로 단합이 안됐다는 반성이 나왔으며 CSN이라는 단일 연합체로 새롭게 출발한 것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주축이 된 연합체도 급부상중이다. 지난 1961년 창설된 동남아시아연합(ASA)이 해체된 이후 1967년 설립한 아세안(ASEAN)은 회원국을 10개국으로 늘리면서 단일 목소리 내기에 여념없다. 이들은 막대한 시장 규모와 자원을 배경으로 글로벌 사회에서 정치, 경제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온실가스감축회의에서 선진국들의 자금 지원 방안을 강력히 거부하는 등 자신감을 외부에 표출시키고 있다.

 한·중·일 동아시아 맹주 3개국도 지난 2000년대 중반 이후 ‘동아시아 공동체’ 창설을 심도있게 논의중이다. 이들은 궁극적으로 EU형태의 지역 경제 통합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 배경, 과거사 문제로 난항이 예상된다. 이들 국가는 최근 동남아시아 연합과의 결합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일명 ‘아세안+3’ 협력 방안이다. 시장 확대 가능성이 무한한 동남아시아 시장을 통해 미래 시장을 보장받겠다는 것이 추진의 골자다. 지난해 5월 이명박 대통령이 ‘한-아세안 협력방안’을 공식 제안한 것도 이 같은 흐름에서 나왔다.

 일본 정부도 동아시아지역 통합을 통한 내수시장 확대로 방향타를 잡았다. 일본이 중국, 인도 등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정치적 배경보다는 경제적 회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3세계 글로벌기업 꿈틀= 지역별 연합체가 구성되면서 새로운 글로벌기업이 서서히 등장하고 있다. 일명 ‘공룡기업’이라 불리는 글로벌기업은 이제 미국이나 유럽의 전유물이 아니다. 각 지역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연합체의 뒷심이 보태지면서 가능해진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국가는 브라질. 브라질 대기업들은 중남미계 다국적 기업을 뜻하는 ‘물티라티나’로 변신하고 있다. 에너지 업체인 페트로브라스, 건설사인 어데브렉트, 광산기업인 발리리우도시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동아시아도 연합 구성을 통한 사업 강화로 대형 기업의 등장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소위 동아시아 7용들은 여타 지역과 다른 협업체계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국가별 전문 분야를 나눠 공동 생산 체제를 구현하는 핵심이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