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KEPCO(한국전력) 본사 지하 2층에는 ‘워룸’이 있다. 445㎡ 규모의 이 사무실은 지난 7개월간 이름 그대로 전시지휘부를 방불케 했다. KEPCO와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기술·두산중공업·현대건설 등 실무진 80여명이 입찰 자격 심사부터 7개월을 밤낮없이 보냈다. 수많은 서류더미에 지쳐 야전침대에서 눈을 붙이는 일이 계속됐다.
우리나라가 1957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가입한 지 50년이 넘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사상 첫 원자력 수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한 곳은 바로 이곳 워룸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자원 외교도 빛났지만 진짜 숨은 주역들이다.
이들의 노력에 힘입어 총 5권, 1200페이지에 이르는 입찰자격 제출서류를 심층 검토해서 완성, 입찰자격을 획득하기에 이르렀다. 입찰자격을 얻은 후에는 최단 공기, 최적 공사비 및 최고 안전성을 위주로 총 8권, 1800페이지 분량의 명품 입찰서를 제출해 미·일 컨소시엄, 프랑스 등과 함께 KEPCO팀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KEPCO의 수장인 김쌍수 사장은 워룸을 직접 지휘했다. 취임 직후부터 원전 수출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그는 지난 10월에 국정감사를 앞두고도 UAE를 방문, 입찰 전략을 최종 점검했다.
워룸은 앞으로 더 바빠진다. 새해 1월 초순께 본사 6층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부서명은 UAE원전사업처로 될 가능성이 높다. 이희용 KEPCO 원자력처장이 실무 책임자로 유력하다.
워룸 내에서도 숨은 공신이 있다. KEPCO라는 그늘에 가려 빛이 바랬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한수원은 국내 유일의 원자력분야 공기업으로 UAE가 선정 이유로 밝힌 ‘안전성’을 입증했고, 수많은 건설 및 운영경험을 통해 신뢰를 쌓아왔다. 비록 KEPCO가 올 초 해외사업 강화를 위해 한수원의 해외사업처를 KEPCO로 흡수시켜 공식적으로는 없어졌지만 그 명맥이 워룸에서 유지된다. KEPCO로 자리를 옮긴 이희용 원자력처장이 한수원 출신이고, 워룸 내에도 20여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의 지원사격 도움도 컸다. 지경부 원자력산업과가 원전 수출을 측면에서 지원했으며 김영학 제2차관은 두 차례나 UAE에 다녀왔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