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감성 공무원`이 필요하다

[ET단상] `감성 공무원`이 필요하다

 21세기를 첨단기술과 감성, 창조의 시대라고 한다. 현대사회에서 경제의 주력 엔진이 정보에서 이미지로 넘어가고, 상상력과 창조성이 핵심 국가경쟁력이 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질 좋은 물건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소니, 마쓰시타 등 일본 5대 전자기업의 최근 3년간 수익률과 성장성은 4% 안팎에 불과한 반면에 애플 등 하이컨셉트 기업은 50%에 달한다고 한다. 이제 기업 경쟁력이 품질·기능·성능 중심에서 디자인이나 창의적인 스토리 등 컨셉트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에서 창조경영 붐이 일고 있다면, 일선 자자체에는 창조행정 바람이 불고 있다. 공무원들의 감각과 아이디어를 키우기 위한 각종 강의와 워크숍, 경진대회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공무원들도 창조적인 행정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로봇을 주제로 하는 테마파크인 로봇랜드가 그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에버랜드·롯데월드 등 대부분의 테마파크가 기업 비즈니스인 반면에 로봇랜드는 지식경제부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테마파크를 중앙 정부에서 기획하고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에 외국인들도 처음에는 놀라워 한다. 하지만 그 이유를 알고 나서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로봇랜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단순한 놀이동산이 아닌 로봇산업 발전을 위한 창조적인 모델이다.

 첫째, 세계 3대 로봇강국이라는 국가의 비전을 테마파크로 풀어냈다는 것이다. 1908년도에 GM이 설립된 이후 1가정 1자동차 시대까지 약 100년, 1975년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한 이후 1인 1PC 시대까지 약 30년이 걸렸다. 하지만 로봇산업은 2000년 아시모 등 지능형 로봇이 개발된 후 2025년이면 1가정 1로봇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그만큼 성장성이 높아 전 세계적으로 차세대 먹을거리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둘째, 테마파크 주제로 로봇을 선정했다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다. 요즈음 어디에 가나 로봇 이야기다. 로봇 영화도 많이 만들어졌다. 로봇은 미래적인 요소가 있고 첨단기술 요소도 갖추고 있다. 디즈니랜드는 50여년 전에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동화와 만화영화를 주제로 오늘까지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우리는 인간과 닮고 교감할 수 있는 로봇을 다른 어느 나라보다 먼저 테마파크의 주제로 정부가 선점하고 전 세계에 선언하고 나섰다.

 셋째, 휴대폰이 처음 상용화됐을 때에는 오늘날처럼 통화뿐만 아니라 음악도 듣고 사진도 찍고 뉴스도 보고 하는 ‘손안에 들어가는 작은 컴퓨터’가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청소용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로봇도 앞으로 10여년 안에 집집마다, 사무실마다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될 것이다. 시장이 무르익기를 기다려서는 세계를 이끌고 나갈 수 없다. 우리가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1가구 1로봇 시대를 제일 먼저 보여 줄 때 지능형 로봇의 세계 선도국가가 될 것이다.

 아이디어를 얻는 순간은 짧다. 중요한 것은 좋은 아이디어로 끝날 뻔한 것을 구체적인 사업으로 만들어내는 실천력이다. 로봇에 테마파크라는 새로운 컨셉트를 적용해 로봇산업의 수요창출과 대중화를 구상한 지식경제부 공무원들이야말로 감성 공무원이며 창조행정 서비스의 주인공이다. 앞으로도 더욱 많은 감성 공무원 탄생과 함께 창조적인 행정 서비스 상품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전의진 인천로봇랜드 대표이사 rightjun@robotland.or.kr